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이탈리아 진출을 앞두고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5일 검찰에 구속됐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다.
검찰은 허 회장 지시로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에게 승진 불이익을 주는 등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PC그룹은 두 차례의 입장문을 내며 반발했다. SPC는 입장문을 통해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중요한 시기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돼 매우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SPC는 현재 글로벌 사업 확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다. 현재 상황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이탈리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허 회장은 방한 중인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파리바게뜨의 해외 사업은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허 사장은 2019년 중국에 SPC 텐진 공장을 준공하고 같은 해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에는 합작법인(JV)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했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해외 영역확장에 집중하며 550개의 매장을 출점했다.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해외 사업 매출액은 2020년 3120억원에서 2021년 4008억원으로 28.46% 성장한 이후, 지난 2022년 말에는 49.76%의 성장률을 보이며 6000억원을 기록했다. 허 회장의 경영 공백이 이탈리아 진출 등 글로벌 사업에 타격이 생기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베이커리 해외 사업은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진출 국가에서 모두 흑자를 냈으며 전체 영업이익 중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전년보다 더 큰 이익폭 증가를 시현하며 성장이 가속화됐다.
뚜레쥬르는 현재 LA,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등 국내 베이커리 업계로는 최다인 미국의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서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100호점을 돌파하고 가맹점 출점에 탄력을 받고 있으며 2030년 미국 내 1000개 매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1억개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완공할 계획에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지난해 흑자전환 이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매출은 전년 대비 20%, 영업이익은 27% 상승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6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자가르타, 땅그랑, 브까시, 반둥, 발리, 메단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올해 더욱 많은 매장 출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경기 둔화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흑자를 지켜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1등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B2B 및 O2O 사업을 확대하며 수익구조 다각화를 이뤄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