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사과만 거듭한 SPC, 2년 만에 또 사망사고 (종합)

글로벌이코노믹

사과만 거듭한 SPC, 2년 만에 또 사망사고 (종합)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사고 이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사고 이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5월 19일 새벽,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안전수칙 위반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SPC는 사고 발생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시작됐다. 이어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고 직후 해당 공장 가동을 즉각 중단했다고도 덧붙였다.

문제는 SPC그룹 계열사 공장에서 이 같은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망 사고까지 더해지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고는 2022년 10월 발생한 평택 SPL 제빵공장 사고다. 당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졌다. 2인 1조 작업 규칙이 무시된 채, 안전장치 없이 혼자 작업하던 중 발생한 참변이었다. 사망 사고가 난 지 불과 일주일 전에도 같은 공장에서 외주 인력이 끼임 사고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고 발생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사고 직후 SPC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전 시스템 강화 방침을 내놨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직접 고개를 숙이며 “회사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2인 1조 작업 원칙 준수와 함께 안전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샤니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기계에서 빵을 꺼내다 손가락이 절단됐고, 2023년 7월과 8월에는 성남 샤니 공장에서 각각 손가락 골절과 50대 여성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 공장은 최근 1년 새 세 차례나 중대재해가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1월 22일, 다시 평택 SPL 공장에서 기계 청소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오른손 세 손가락을 절단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안전 매뉴얼에는 ‘기계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청소할 것’이라 명시돼 있지만, 당시 기계는 작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도 같은 공장에서 또 한 차례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밖에도 외주업체 직원이 컨베이어 장비에 머리를 다치는 등 SPC 계열 공장의 각종 부상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없는 법 집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업의 ‘경각심’을 불러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PC를 비롯한 제조업계 전반에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 체계 도입과 함께,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의 무관심이 더 이상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