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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모디슈머 열풍...짜파구리에서 ‘얼박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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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모디슈머 열풍...짜파구리에서 ‘얼박사’까지

동아제약이 얼박사를 출시한다. 사진=동아제약이미지 확대보기
동아제약이 얼박사를 출시한다. 사진=동아제약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모디슈머'는 제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방식을 더해 재창조해 즐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모디슈머 트렌드의 배경이 되는 양방향 미디어의 발달과 1인 가구 증가는 여전히 유효한 흐름으로, 이에 따라 모디슈머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도 모디슈머는 반가운 존재다. 소비자가 직접 검증한 레시피를 제품화할 수 있어 수요 예측이 비교적 용이하고,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 높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모디슈머 관련 신상품과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모디슈머 열풍은 2013년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가 주목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농심이 이를 제품화했고, 삼양식품도 소비자 레시피에서 착안한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모디슈머가 식품 업계의 중요한 상품 기획 방향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9월에는 농심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라면에 우유, 치즈, 새우, 베이컨을 넣는 투움바 레시피’가 인기를 끌자 이를 반영해 ‘신라면 투움바 큰사발면’을 출시했다. 곧이어 출시된 봉지라면은 4개월 만에 국내에서 누적 판매량 2500만 개를 기록했고, 글로벌 대형 유통 업체들에도 입점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은 이어 마라와 땅콩소스를 결합한 볶음면 ‘누들핏 마라탄탄’도 출시하며 모디슈머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음료 시장에서도 모디슈머 트렌드는 활발하게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은 ‘아샷추’, 바나나맛 우유에 커피를 더한 ‘뚱바라떼’ 등이다. 지난 25일에는 동아제약이 편의점 인기 조합으로 알려진 ‘박카스+사이다’ 혼합 음료를 캔 제품으로 상품화한 ‘얼박사’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MZ세대 사이에서 피로회복과 숙취해소에 좋은 ‘꿀조합’으로 불리는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동아제약은 GS25와 손잡고 제품을 출시해 7~8월 1+1 프로모션을 통해 여름 성수기 수요를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자발적 콘텐츠 생산 움직임을 마케팅 전략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조대림은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레시피를 짧은 영상으로 공유하는 숏폼 트렌드에 착안해 ‘60초 레시피 공모전’을 열었다. 자사 제품을 활용한 창의적인 레시피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출품하는 방식으로, 출품작은 브랜드 마케팅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자사 공식몰 ‘CJ더마켓’을 통해 다양한 여름면 레시피를 소개하며 모디슈머 트렌드에 동참했다. 대표 제품인 ‘동치미물냉면’에 닭가슴살이나 돈카츠 등을 조합한 색다른 메뉴를 제안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운 조합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제품 활용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모디슈머 열풍은 단순히 소비자의 개성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이 흐름은 앞으로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