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모 기업 대표가 AI 전문가를 만난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라고 한다. 이 짧은 질문 속에 많은 사실이 담겨 있다. 내부 데이터도 있고 문제 인식, 해결 의지도 있지만 실제 AI 활용 능력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 활동 현장에서 매일같이 데이터가 쌓이고 위험 징후, 리스크 관리 포인트가 속출하지만 주먹구구식 대응, 명쾌한 결론 없이 끝나는 무의미한 회의가 거듭되며 재고 사이클의 정체가 누적된다. 적정 재고 초과분은 그 자체로 손실이고 비용이다.
매년 손실을 반복하면서도 기업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 대응이 늦거나 별다른 대응이 없다. 극소수의 기업만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리 리스크를 관리한다. 정두희 한동대학교 AI융합학부 교수에 따르면, 기업 대응의 단계는 4단계로 나뉜다. 결과가 드러난 뒤에 문제를 인식하는 ‘사후대응’,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즉각대응’,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신호를 잡아 먼저 움직이는 ‘선제대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조대응’으로서 어떤 결과가 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판 전체를 미리 짜는 경지다.
사후대응에만 머무르는 회사는 아무리 빨리 대응하더라도 늘 일이 벌어진 뒤기 때문에 문제 수습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즉각대응도 관리 시점이 결과 발생 시점보다 앞선 것은 아니므로 별반 차이가 없다. 선제대응을 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시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구조대응을 하는 회사는 시장의 변화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게임의 법칙을 정한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AI 활용은 주로 생성형 AI를 이용해 콘텐츠나 코드 등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AI를 활용한 예측 기술이다. 수요가 언제 꺾일지,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리스크가 조직을 덮칠지 사전에 감지해내는 것이 이 기술의 의의다. 예측AI를 기업이 적극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실적을 개선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응방식 자체의 전환에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겨우 수습하는 사후대응 조직에서 문제가 벌어지기 전에 움직이는 선제대응 또는 구조대응 조직으로의 전환이야말로 경쟁자를 따돌리는 결정적 무기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AI 시스템 연구와 85개 기업과의 협업으로 검증된 예측AI 모델이 책에 소개된다. 이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다섯 가지가 열거되는데 모두 하나같이 중요하다. 데이터 안의 패턴을 학습하고 반복되는 구조를 찾아내는 ‘모델’, 조직 내부와 외부의 학습을 통해 만들어내는 ‘데이터’, 숫자에 이유를 붙이는 ‘설명’,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펼쳐보는 ‘시뮬레이션’, 예측을 행동으로 잇는 ‘에이전트’ 등이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기술적 준비가 갖춰지면 비로소 예측AI 시스템을 본격 가동할 수 있는데, 그 기대효과로는 의사결정의 정확성, 신속성의 비약적 개선이다.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훨씬 더 깊고 넓은 시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의사결정이 시스템 안에서 자율적으로 일어나고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기예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내일의 날씨조차 맞지 않을 것 같다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기후 관측 기술의 발달, 슈퍼컴퓨터의 등장, 예측 모델의 고도화 등에 따라 오늘날 일기예보는 정확도가 놀랍도록 올라가며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활용 비중이 커졌다. 기업경영에 예측AI도 머지않아 그런 존재가 될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예측이 일상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 도구를 먼저 손에 쥔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의 간극은 되돌릴 수 없이 벌어져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