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녹색당이 14.8%를 득표하고 총 735석 중에 118석을 차지하며 첫 원내 3당으로 대약진했다. 독일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가장 중요한 총선 의제 2개를 묻는 질문 조사에 기후변화가 43%, 코로나 사태가 38%를 차지했다고 한다. 올해 7월 독일 서부 대홍수 발생으로 180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홍수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홍수를 계기로 높아진 기후변화 관심이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 등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주창한 녹색당의 선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이슈들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기후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인류 생존 문제로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2019년 세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 34억톤은 1990년 배출량 21억3000만톤 기준에서 59% 증가되었다. EU 27개국 2019년 배출량 29억톤(전 세계의 8.5%)은 1990년 배출량 38억톤 기준에서 23.6% 감축되었다. 미국 2019년 배출량 50억톤(14.7%)은 1990년 50억톤 배출량 기준으로 증감축량이 0%이다. 중국 2019년 배출량 98억톤(28.8%)은 1990년 23억톤 배출량 기준에서 326% 급증되었다. 일본 2019년 배출량 11억톤(3.2%)은 1990년 배출량 11억톤 기준에서 증감축량 0%이다. 한국은 어떨까?
문제는 모든 시각은 탄소중립 2050년에 맞추어져 있다. 장거리 마라톤의 골인 시점이 2050년이다. 이 긴 코스에서 반환점은 2030년이다. 탄소중립은 절대치 넷 제로(Net Zero)다. 국제적인 위상으로 볼 때에, 한국은 지금 탄소배출량이 많다고 해서 그 시점을 2050년 이후로 미룰 수도 없는 입장이다. EU국들은 이미 30년 전인 1990년부터 뛰고 오고 있고, 미국이나 일본은 현재까지 1990년 배출량 수준을 유지하면서 잘 관리해 오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갈 길이 멀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이행을 실행 중이다. 한국은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 등을 추진했으나, 이후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우리세대와 미래세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해야 한다. 누증된 탄소배출이라는 우리세대가 버린 쓰레기 환경을 미래 세대가 처리해야 한다. 미래세대에겐 과중한 부담이다. 결국,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에 떠넘긴 탄소부채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에 제출될 2030년 국가온실감축목표(NDC)가 키(key)다. 이 키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재해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중국의 대규모 전전 사태나 독일의 대홍수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NDC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대충격을 가능한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 그래서 탄소세(Carbon Tax), 탄소국경조정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며, 탄소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e System)의 실효적인 정착이 중요하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