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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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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조희경 이사장, 조양래 명예회장 한정후견심판 청구 기각에 항고…한국타이어는 가족이 한정후견 심판 청구한 조양래 명예회장에 수십억원 보수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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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법원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기각 판정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들어갔습니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 이사장은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기각 결정에 대해 불복한다는 내용이 담긴 항고장을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이사장의 법률대리인 측은 “감정기관이 입원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감정을 하지 않고 후견 신청을 기각한 것은 처음보는 것이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판부가 편파적이고 비합리적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1일 조희경 이사장이 아버지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기각했습니다.

한정후견은 성년후견의 한 종류로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이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제도입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1937년 10월생으로 85세입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 회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고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마찰음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 심판은 지난 2020년 7월 30일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감독인을 선임해 달라고 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조 이사장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그해 6월 26일 차남인 조현범 당시 사장에게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를 매각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조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인 23.59%(2194만2693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이 동생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조현범 당시 사장은 2020년 6월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넘겨 받아 지분 19.31%(1795만9178주)에서 일약 지분 42.90%(3990만1871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조 이사장은 당시 성년후견 심판 청구에서 “그동안 아버지가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레 내려졌다”며 “아버지가 내린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려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사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조현범 회장의 지난해 연말 회장직 취임도 조양래 명예회장 한정후견심판 청구와 연계돼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해 12월 22일 한국앤컴퍼니의 조현범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함께 조현범 사장의 아버지 조양래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조현범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형 조현식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조현범 회장의 출범 체제가 되는 첫 단계부터 조 회장이 정관에 규정된 회장 선임에 대한 절차를 도외시한 것으로 나타나 회장 선임 여부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정관 제37조에는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대표이사,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 명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회장 선임 첫단계부터 정관 제37조에 규정된 이사회 결의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현범 회장의 출범이 정관에서 정한 절차를 도외시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타이어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로부터 받았던 수십억원의 보수도 논란의 여지가 잇습니다.

조양래 명예회장 가족 중 일부는 조 회장의 건전한 정신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한쪽에서는 노령의 조 명예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보수를 지급하는 상황입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조양래 회장에 대해 107억3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습니다. 세부내역별로는 급여 17억8300만원, 상여 6억2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500만원, 퇴직소득 83억1800만원입니다.

조 명예회장의 퇴직금과 관련, 한국타이어는 올해 1월 조양래 회장의 명예회장직 전환에 따른 퇴직금 정산분을 지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지배구조는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법원의 한정후견 심판 결과에 따라 급변할 수 있습니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넘겨준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이 최대주주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조희경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이 기각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승리로 보였으나 또다시 조희경 이사장이 항고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오너 가족간 조양래 명예회장의 정신건강 감정이 필요하다는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한국타이어가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해 수십억원의 보수를 지급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