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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지상 철로 지하화하고, '생명 라인'으로 탈바꿈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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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지상 철로 지하화하고, '생명 라인'으로 탈바꿈되길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인수위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과제에는 '지상 철도시설 지하화' 내용이 들어 있다. 3월 3일에 발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도 '지상철도 지하화' 내용이 들어 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계획한 이 사업은 앞으로 탄력을 받아 추진될 것이다.

서울에서는 2010년대에 '폐선부지 공원화 사업'이 완료되었다. 경의선, 경춘선 신 노선이 개설되면서 해방 이전에 건설된 구 노선은 폐선되었다. 경의선 폐선부지(6.3㎞구간)는 2010년~2014년에, 경춘선 폐선부지(6㎞구간)는 2013년~2019년에 공원화되었다. 폐선 이전의 주변 지역은 양측 지역이 단절되고, 소음과 진동, 그리고 사고 위험 등으로 개발이 정체되고 노후화되어 있었다. 철로 변에는 시멘트 담이나 가시 철망을 설치하여 주변 지역과 격리되어 있었다. 이제, 나무들과 꽃길, 산책로와 자전거길, 카페나 패션 숍 거리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주변 지역은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활발하며 땅 값도 2~3배 상승했다. 노후 낙후 지역이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재생된 것이다.
2030년대가 되면 '지상철도 시설 지하화' 사업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서울 지상철도 연장은 101.2㎞(국철 71.6㎞, 도시철도 29.6㎞), 차량기지 면적은 4.6㎢(국철 1.8㎢, 도시철도 2.8㎢)에 달한다. 그 양적 규모는 위에서 언급한 폐선 철로 구간보다 약 8배 큰 연장과 대규모 차량기지가 있어, 매우 크다. 새 정부의 임내에 추진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늦어도 2030년대 중반에는 탈바꿈된 도시 공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의 추진에는 다음과 같은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지상철도 지하화'는 지역 재생 차원을 넘어서 구도심을 지속가능한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재구조화하는 질적 변혁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재구조화란 기존 구조를 대치하는 것으로 생사(生死)와 희비(喜悲)가 같이 발생한다. 번성했던 것이 정체되거나 쇠퇴하며, 새 것이 번성하는 것이다. 기존 것과 새 것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ESG와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이 사업이 환경을 보호할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의사 결정 체계가 투명할 때에 지속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가능한 저비용 개발 방식이 요구된다. 2020년대 후반이 되면 완전자율주행, UAM, 청정에너지 자동차(전기차 · 수소차) 등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큰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철로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전면 지하화와 같은 고비용 개발 방식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하화와 철도상부 데크화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주변지역을 입체 복합 개발할 경우, 데크화 방식이 더 유효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 대응 그린시티를 위하여 지상부에 녹색 공간을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상철도 대부분이 도시의 중심지역을 관통하고 있어 그만큼 그 공간이 중요하다. 도심 숲 등 인간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생명 벨트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시급하다고 하여, 이곳에 공적 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단견이다. 그 사례로는 경춘선 공원화 부지인 옛 신공덕역 부지에 건립된 노원공릉공공행복주택을 들 수 있다. 주변의 넓은 공원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는데 있어서, 이 건물은 큰 장애물이다.

덧붙여서, '지상철도 지하화'는 매 선거마다 부풀린 공약으로 홍보될 것이다. 정치인들의 행태야 그럴 수도 있다. 주민들이 그 진위를 잘 파악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나라는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것이니까! 오늘도 경춘선 공원길을 자전거 타고 어슬렁거린다. 라일락 향기가 진동한다. 근대 문명 확산의 길, 이기(利器)였던 철로가 철거되고,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생명 벨트로 탈바꿈되기를 기대한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지속가능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