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가 주식 시장에 상장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IPO(기업공개)를 포기한 까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의 IPO 좌절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상승 등의 변수로 투자심리가 약화됐지만 무엇보다 공모기업이 고평가 됐을 가능성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적용된 EV/EBITDA는 경쟁기업의 EV/EBITDA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 공모가가 부풀러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SK쉴더스의 EV/EBITDA는 14.86 배수에 달하지만 대표적인 경쟁기업이라 할 수 있는 에스원의 EV/EBITDA는 5.85 배수로 나타나 경쟁기업보다 2.5배가 넘는 배수가 적용된 셈입니다.
SK쉴더스의 IPO 공모가 산정에는 공동대표주관회사로 NH투자증권,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 서울지점,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이 선정됐고 공동주관회사로는 KB증권이 참여했습니다.
공동대표주관회사와 공동주관회사는 SK쉴더스의 비교회사 선정에서 에스원, 안랩, 싸이버원, Taiwan Secom 등 4개사를 선정하면서 EV/EBITDA 적용 배수가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EV/EBITDA는 11.64 배수에 달하지만 대표적인 경쟁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EV/EBITDA는 5.96 배수 수준이어서 경쟁기업보다 2배 가까운 배수가 적용됐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공모가 산정에는 공동대표주관회사인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이 참여했습니다.
공동대표주관회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국내 3개사와 해외 9개사를 비교대상으로 선정했고 이들의 평균의 EV/EBITDA를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 평가에 도입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EV/EBITDA는 낮지만 해외기업의 높은 EV/EBITDA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삼성엔지니어링의 2배 가까운 EV/EBITDA 배수를 적용받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EV/EBITDA 방식의 기업평가에서 영업이익이 급증한 해를 기준으로 해 공모가격이 한층 더 부풀어졌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SK쉴더스의 SK쉴더스는 2021년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액)이 1조5497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 당기순이익 16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3147억원, 영업이익 264억원, 당기순이익 226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이 급증한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EV/EBITDA 방식을 적용하면서 높은 공모가를 산출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SK쉴더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하면서 신주 공모에 구주매출을 함께 진행하려 한 것도 투자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SK쉴더스는 이번 IPO를 통해 2710만2084주를 공모하면서 신주 1445만4445주, 구주매출 1264만7639주를 시도했습니다.
기업들이 IPO를 하면서 구주를 매출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챙기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인식이 악화될 뿐 아니라 향후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들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분포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이 지분 38.62%(2933만주)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 11.72%(890만3270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분 4.68%(355만2340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IPO에서 1600만주를 공모하면서 신주 400만주, 구주매출 1200만주를 하겠다고 밝혀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이용해 오너가가 보유한 지분을 처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SK쉴더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공모에서 참패를 당한 데는 공모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렸고 IPO를 이용해 구주를 매출하려는데 대해 투자자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