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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민 통합과 청와대 개방 이후 후속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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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민 통합과 청와대 개방 이후 후속 과제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2022년 5월 10일 드디어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청와대 개방과 함께 북악산 남면 등산 코스도 개방되었다. 청와대 및 그 주변 개방은 노태우 정부로부터 시작하여 노무현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 취임일에 마침내 완결되었다. 이것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경사로, 국민 통합의 첫 걸음이다. 윤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다.

청와대 개방 이후 국민 통합의 후속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청와대 개방처럼, 기존 공공 청사를 '국민의 집'으로 용도 변경하고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변경 용도는 기존 청사의 특성과 주변 환경에 따라서 유아원, 유치원, 노인보호시설, 문화 공간 등으로 다양할 수 있다. 기존의 공공 청사들은 대개가 독자적인 넓은 대지에 저밀도 청사 단독 건물이다. 국민 통합 시대의 공공 청사의 모습은 그 전과 좀 다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중 접근성이 좋은 곳에 다른 용도의 공간과 같이 점유하는 고밀도 복합 건축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동사무소나 구청이 민간 소유 빌딩에 입주해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청와대는 '국민의 집'이 되었고, 대통령실은 국방부 청사 건물에 입주했다.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실 빌딩 입주가 앞으로 공공 청사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공공 청사는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효율적이면서 실용적인 공간이 좋다. 공공 부문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 대선 후보께서 단체장의 관사를 없애겠다는 공약은 의미있다.

봉건적인 조선 시대 궁궐에도 신문고를 설치했다. 국민 통합 시대라고 하는데 대통령 청사 내에 '대통령 민원실'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이 한 달에 한번쯤은 민원실 근무를 하며 직접 국민들 애로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청사 앞 공원에서 주기적으로 '국민들과 푸른 초원 회합'을 하면 어떨까? 테이블 없이 푸른 잔디밭에 둘러 앉아 국가적 이슈에 대해 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들을 진솔하게 설득하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팍팍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다.
둘째, 청와대를 '근대 등록 문화재'로 등록하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관리 및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본관과 관저 및 그 주변경관은 원형 보존해야 하며, 비서동은 기존 외관을 유지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좋겠다. 청와대를 역대 대통령의 아카이브, 전시관(박물관)으로 조성하면, 국민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6‧25 동란과 4‧19혁명, 5‧16, 10‧26 등 단절의 연속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대부분이 퇴임 후 불행했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가 스스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거 현대사에 대한 균형있는 자세와 바른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 아카이브와 전시관을 비서동을 리모델링하여 조성하고 공간 확장이 필요할 경우, 비서동 동측의 나대지에 증축하면 될 것이다.

셋째, 동해안 고성 화진포에 가면, 이승만 대통령 유물 전시관을 들르게 된다. 서민적인 침대와 책장, 해외 독립 운동 시기부터 가지고 다닌 오래된 가죽 가방 등 10여점의 유물들이 이 대통령의 검소한 생활의 체취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초대 대통령의 전시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하다. 마치 쫓겨난 영혼의 누추한 거처와 같다. 국가 차원에서 역대 대통령의 자료나 유물, 생가 등의 종합적 정비 관리방안을 제대로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해방 이후 70여년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화해하는 역사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국민을 멀리 한 대통령치고 성공한 대통령이 있을까? 대통령이 국민들의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내에 있을 때, 국민들의 호흡과 같이 할 때에, 국민은 통합되고 국가는 평안할 것이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