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는 신용파생상품의 일종으로 주식과 채권 등 기초자산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모두 이전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상품으로 명의신탁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TRS 계약 만료 전에 매수선택권을 활용해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는 SPC(특수목적회사)가 지분 전량을 SK에 매도하면서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개인적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TRS 계약 만료시점이 3달도 채 남지 않았다”면서 최태원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SK실트론의 TRS 논란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를 하는 회사입니다.
SK는 지난 2017년 초 LG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후 SK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그해 8월 LG실트론의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SK는 또 잔여지분 49% 가운데 케이티비에스에이치피(KTB PE)가 보유한 19.6%는 SK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갖고 있던 29.4%는 최태원 회장 개인이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어 간접 인수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SK실트론의 지분 권한과 손익을 갖게 되고, 2535억원에 지분 29.4%를 인수한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수수료만 부담해 적은 돈으로 실질적으로 SK실트론의 지분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향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SK실트론을 SK가 100% 인수하지 않고, SK의 이사인 최태원 회장에게 29.4% 지분을 인수하도록 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바 있습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서는 이사의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사가 회사의 정보 내지 영업과 관련한 사업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 회사가 장래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탈취 당하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함께 최태원 회장이 TRS 계약을 통해 SK실트론 지분을 행사하는 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했습니다. 당시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일 경우 거래금액 등을 고려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SK실트론의 지분을 가져간 후 SK실트론을 상장하더라도 지분율이 30%에 미치지 못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이 20%를 넘어서면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말 SK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사건에서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 인수의 부당성을 확인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6억원(최태원 회장과 SK에 각각 8억원)을 부과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부당하게 SK부터 사업기회를 제공받았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부과한 제재는 너무 미미한 수준”이라며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으로 얻게 될 이익이 조 단위에 이른다는 시장의 예상에 비추어 볼 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의 명목상 소유자는 SPC로 키스아이비제십육차(19.4%, 1299만5000주)와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 (10.0%, 670만6000주)로 보입니다. 계약은 2017년 8월 24일에 5년 만기의 계약으로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 왔고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ESG 경영이 업계의 모범이라고 호평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공정위 전원회의 심판정에 직접 출석해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나름 개인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감안하고 추진했다”면서 “오히려 회사 이익을 가로채려는 행위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좀 억울한 심정”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을 통해 개인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자신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의 적절한 처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