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저축은행, 고객 동의없이 차량번호판 등 공개
금융회사들이 사업 다각화와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해 자동차 금융을 취급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 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이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개인이 소유한 차종, 차량의 색깔, 연식 등과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이미 관련 서비스를 구축한 제3의 업체에 비용을 주고 이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시세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고객 동의없이 개인정보가 공개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운영하는 자동차 할부금융 플랫폼 '마이오토(MyAUTO)'에서는 '시세조회' 메뉴를 통해 차량모델로 조회하는 방식이나 차량번호로 조회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차량번호로 조회하는 방식에서는 소유자와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차종과 색깔, 연식, 차량등록일, 시세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때 고객동의를 얻거나 로그인 등을 하는 과정은 없다.
삼성카드는 지난 7월 '내 차 팔기'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내 차 시세 조회를 통해 차량번호만으로 시세를 확인한 후 차량 판매로 손쉽게 연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최대 1억 원 한도의 자동차 담보대출 상품인 '오토플러스OK론'과 본인 명의의 자동차만 있으면 무담보 신용대출이 가능한 '마이카마이너스OK론'을 취급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현재 모바일을 통해서 자동차 시세조회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이 때 차량번호를 사진으로 촬영해 등록하거나 직접 입력하면 역시 차종, 연식, 중고차 시세 등이 나온다. 고객 동의 과정이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시세조회가 가능하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고객 동의를 얻지 않고도 개인의 차량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나 개인신용평가(CB)업체들이 이미 관련 서비스를 구축해 금융사들에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토교통인재개발원 등 공공기관의 공개된 정보를 응용·활용할 수 있는 오픈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나 기존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동차번호만 입력하면 개인의 세부 정보를 매칭해서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한카드나 삼성카드, OK저축은행 등 금융사의 이같은 중고차 시세조회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따른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점이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시세조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을 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로그인을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약관에 따라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도 되는지 동의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회사에 따라 중고차 시세조회를 할 때 굳이 자동차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차 제조사와 자동차 모델을 선택하면 대략적인 시세가 나오도록 하는 경우가 있어, 고객 동의없이 차량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은 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금융사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개인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알려져 악용될 소지도 있다. 한 관계자는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누구나 개인의 차종과 색깔까지 알 수 있다. 개인이 원치 않을수 있는데 고객 동의 없이 이렇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는 차량번호는 개인정보에 해당되며,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 박양준)는 중고차 데이터분석업체 씨엘엠앤에스(CLM&S)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공공데이터제공거부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씨엘엠앤에스는 자동차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중고자동차의 기본사항이 자동으로 정보처리되는 방식의 중고자동차 정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국토부에 차량번호에 대응하는 차종, 연식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차량번호판은 공공데이터가 아닌 개인정보에 해당된다며 원고 씨엘엠앤에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자동차소유자의 동의 없이 자동차등록번호 등의 정보를 주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