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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상 필요하지만 연준따라 '빅스텝'하면 경기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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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상 필요하지만 연준따라 '빅스텝'하면 경기둔화

이달 금통위, 금리 인상 유력···연말까지 2~3차례 올릴 듯
공격적 긴축 땐 경기 급격 하락 ···시장에선 0.25%p인상 전망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미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을 포함해 연말까지 최소 2~3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문제는 한미 양국 간 경제 상황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양국 간 물가 상승률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이 받고 있는 경기 둔화 압력이 고스란히 한국에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7·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이 계속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창용 총재의 발언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지난 16일 이 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직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향후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등은 종합적인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해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을 보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인플레이션 문제를 대하는 수준이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금통위는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비롯해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해 최종적으로 기준금리 2.5% 인상을 이룰 것이다"고 전망했다.

주목할 점은 금통위가 올해에만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 점쳐지는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긴축 기조 탓이다. 당초 미 연준은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한데 이어, 5월에는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또한 6·7월 FOMC에서는 빅스텝이 유력한데다가 연내 기준금리 수준을 중립 금리(약 2.2 5%~ 2.5%)수준 이상으로 끌어 올릴 예정이다.

이같은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은 급격히 상승하는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지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랐다. 이는 지난 1981년 12월 이후 40여년만의 최고 상승율이다. 아울러 4월 CPI 역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8.3%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고조 시키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통화 긴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때문에 시장에선 한·미간의 금리 차 역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미 연준이 6·7월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시 미국 기준금리는 1.75~2%가 된다.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해도 1.75%, 0.5%포인트 인상해도 겨우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 연준의 긴축 기조면 연말 2.5%, 내년 1분기 중 3%대에 도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통상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하락을 막고자 국내 자금을 외부로 유출 시키게 된다. 결국 외환보유고는 급격하게 줄게 된다. 더불어 급격한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인플레이션도 유발하게 된다.

이에 한·미 금리차 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이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를 쫓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4%를 상회하는 고물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금리 인상은 필수적이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한국의 통화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나 다른 양국의 거시 경제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다. 실제, 4월 기준 미국과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8.3%와 4.8%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물가 상승률이 두 배 가량 차이 나는 상황에서 금리 수준을 무리하게 미국에 맞출 경우,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확대 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 금리 충격의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금리 충격의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수요적 충격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모두 존재하는 일반적 경제 상황에서 '독립적 통화 정책'이 '금리 동조화 정책'보다 사회 후생적 관점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통화 정책'을 운용할 경우와 '독립적인 통화 정책'을 운용할 경우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국이 받는 경기 둔화가 그대로 파급 됐다.

반면 독립적 통화 정책을 수행시 일시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괜찮았다. 한국이 독립적인 통화 정책을 수행하는 경우 금리 동조화 정책을 수행했을 때에 비해 소비가 매 시점 0.04% 가량의 개선돼 사회 후생적 효과도 나타났다.

정규철 KDI경제전망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 충격 관련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 시 우리 경제에 경기 둔화가 그대로 파급 됐다"며 "반면 독립적인 통화 정책을 수행시 일시적 물가 상승 외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우리 경제의 상황을 보면 물가 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상회 하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다만, 양국 간 물가와 경기 상황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과 경기 회복세가 더욱 강한 미국과 같은 수준에서 단행하는 금리 인상은, 현재 우리 경제에 요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