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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초강세 덕분에 환차익 쏠쏠한 외화보험 인기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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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초강세 덕분에 환차익 쏠쏠한 외화보험 인기 '쑥쑥'

AIA생명 등 관련 상품 판매 크게 늘어
안전자산 매력 부각…장기투자 매력
당국 규제 강화땐 판매 위축 가능성도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외화(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외화(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외화(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기준 달러 당 1292원으로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달러 기조 속에 외화보험 수요는 급격하게 성장해 왔다. 보험료와 보험금이 외화인 상품 특성상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관련 계약자들의 관심이 크다. 외화보험 판매규모는 2017년 3046억원, 2018년 6772억원, 2019년 9689억원, 2020년 1조4256억원으로 집계됐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인 가운데 외화 보험 상품 판매가 호조세다. AIA생명은 달러로 가입하는 '(무)골든타임 연금보험 II' 상품이 지난 4~5월에 1000여건 판매됐으며, 청약 보험료 기준 1000억원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청약된 보험료 대비 1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해당 상품은 일시납 가입 후 10년간 계약 유지 시 가입 당시의 이자율로 10년 동안 변동 없이 유지된다. 때문에 안정성을 선호하는 장기 투자자에 매력적이다.
AIA생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국 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화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AIA생명 관계자는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에 엔화 초약세가 더해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일방적 강세를 부채질한다"며 "이럴 때 여윳돈을 달러보험 상품에 분산하는 건 리스크를 줄이는 합리적 투자다"고 말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미래의 외화 수요를 대비해 외화 보험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월납 종신보험의 경우 환 변동 위험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분산, 상쇄된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보험 포트폴리오 중 일부를 달러보험으로 배분해 전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외화보험은 일반적인 원화보험과 상품 구조가 같다. 하지만 보험료와 보험금을 외화로 주고받는다. 외화보험은 환차익에 세금을 부과되지 않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녀 유학, 이민 등을 위한 외화자금을 마련하는 데 효과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환율이 내려가면 그만큼 원화가치로 손실이 생기는 데다가 '장기성'을 지닌 보험상품의 특성상 해약환급금 때문에 쉽게 해지하기도 어렵다. 또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해도 금리가 하락하면 만기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 이에 환율 변동에 따른 20~30년 후 보험금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안전자산 매력 부각…달러 가치 상승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면서 달러화 가치도 오르고 있다.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데는 국제간 거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인 탓이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다. 달러 환율은 상방과 하방에 제한이 있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달러 가치는 소멸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고공 행진 중이다.

달러가 강세로 전환한 건 지난해부터다. 달러는 2018년부터 약 2년간 대체로 강세를 보이다가, 2020년 4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연준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맞물리면서 2020년 말까지 달러 하락세는 지속됐다.

하지만, 주요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넘치고 글로벌 공급망 위축에 따라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긴축 시그널을 보내면서 강달러 흐름으로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속도가 다른 중앙은행보다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며 주식,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 대신 안전자산인 달러에 몰려들었다.

여기에 유럽·일본 경기의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세계 경제에서 불확실성만 키우며 달러 환율 변동세에 불을 붙였다. 일반적으로 달러와 원자재 가격은 반대로 흘러가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부족 현상이 더해지면서 달러 강세,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중국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의 약세도 가속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자 강한 달러 매수세가 나타났다. 사계은행은 6월7일 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5개월 새 1.2%p 하향 조정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경고했다.

당국 규제 강화로 판매 위축될 전망


외화보험이 필요하다면 서둘러야 한다. 지나친 '환차익 마케팅'을 방지 코자 오는 7월부터 생명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외화보험 운영 관련 모범규준에 맞춰서 외화보험을 판매해야 한다. 보험사나 설계사는 외화보험 권유·판매 시 취약금융소비자 해당 여부, 가입 목적, 보험료 납입·계약 유지 능력, 금융상품 가입 경험 등 까다로운 질문을 통해 보험 계약자의 적합성·적정성 여부를 진단 해야 한다.

앞서 생명보험사들은 환율이 오르면서 외화보험 수요 역시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국의 규제 강화로 판매가 위축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K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ABL생명, DGB생명 등 총 8개 보험사에서 외화보험을 팔지만,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면 사실상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판매가 줄어들 전망이다.

계약자가 주요 질문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적합한 답변을 하는 경우 해당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또 계약이 1년 이상 유지될 경우 해당 기간의 판매 시점 환율과 분기 말 환율을 비교해 매 분기 보험금 및 해지 시점 별 해지환급금도 안내해야 한다.

이같은 까다로운 모범규준의 적용 소식에 생보사들은 일찌감치 외화보험 판매 중단에 나섰다. 당국의 규제로 외화보험 판매량이 떨어지는 등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신한라이프는 내달부터 전속설계사 채널에서 달러종신보험을 판매치 않는다. 지난 5월부터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도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DGB생명도 지난 4월부터 외화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생명은 모범규준에 맞춰 상품 개정을 검토 중이다. 메트라이프생명 역시 모범규준을 고려해 상품을 곧 출시할 방침이다.

당국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환율이 오르면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고, 중도해지 시 손실이 발생하는 등 환율 리스크에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판매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환차익만 지나치게 강조해 불완전판매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외화보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 일본에서도 외화보험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일본메트라이프생명의 외화보험 판매 비중이 2010년 40.2%에서 지난해 69.1%까지 치솟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외화 보험 또한 가입자들에게 좋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는데 당국의 규제가 강하다보니 보험사나 가입자 모두 제대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