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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연착륙 기대감 고금리가 저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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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연착륙 기대감 고금리가 저버리나

규제 완화 불구 집값 하락 대형개발 호재도'무색'
금리인상 계속되는 상황선 집값 반등 힘들어 시름만
집주인들 급매대신 관망세 가격 하락폭 줄이기 급선무
1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을 안내하는 안내지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을 안내하는 안내지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발(發) 경기침체에 대응코자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가 16개월 새 2.75%포인트나 오르면서 갑작스러운 금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제주체들의 시름만 커지고 있다.

특히, 유동성 거품이 꺼진 부동산 시장은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잇단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시장 상황을 바꾸기에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99㎡는 지난달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해 3월 15억원에 거래됐지만 그해 10월 13억원까지 떨어지더니 결국 12억원 밑으로 내려왔다. 불과 8개월 만에 3억원 넘게 빠진 것이다.

지난 2019년 11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개발 호재로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 상승률 1위(38.56%)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이던 경기 의왕 지역에서도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GTX C노선에 인덕원역이 추가될 것이란 기대감 탓에 2021년 6월 84㎡가 16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2022년 초만 해도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았지만 불과 1년 여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의왕시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 세제, 거래 등 규제가 크게 완화됐지만 규제 완화 이후에도 매수 문의는 늘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거래 문의는 전혀 늘지 않고 있다"며 "기존 호가 대비 3억~4억 정도 낮은 매물이 나와도 매수 문의 자체가 없으니 급매로 내놔 제 값을 못 받기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는 집주인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수정·분당), 하남, 광명 등 5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는 파격 카드를 꺼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추가 대책도 내놨다. 부동산 관련 규제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렸지만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고금리 여파 탓에 매수 심리는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23년 1월 첫째 주(2일 기준)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17.5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전국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되며 0~200으로 산출된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으면 매수자가 많고 낮을수록 매수자가 적다는 의미다. 서울(19.9), 경기(14.1), 인천(11.8) 등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까지 모두 20 이내의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서도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교 교수는 "저금리 시절 GTX 등 각종 개발 호재를 등에 업고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면서 "아직 한국은행의 최종금리 수준과 유지기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집값 하락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연착륙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도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여건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가구의 주택구입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2021년 4분기(83.5)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 2분기(76.2)를 갈아치우면서 사상 처음으로 80을 돌파했고 지난해 1분기(84.6), 2분기(84.9)에 이어 3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주택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금리 인상이 종료되지 않는 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연쇄 충격을 막기 위한 연착륙 방안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참석을 위해 찾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시장 부양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냐"는 질문에 "규제를 푼다고 주택 가격이 오르리라 기대도 안 하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면서 "현재 금리 상승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하락 시점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소한 거래 단절로 가계 파탄이 오는 부분에 대해 숨통을 트고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발 금융 타격, 금융발 실물시장 타격이 올 수 있어 연쇄반응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