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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애플페이, 삼성페이 아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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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애플페이, 삼성페이 아성 넘을까

'컨슈머인사이트'가 애플페이 이용 의향을 조사한 결과 아이폰 이용자 432명 중 애플페이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6.9%에 달해

서울의 한 음식점 계산대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의 한 음식점 계산대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처음 출시된 이후 국내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었던 '애플페이'가 베일을 벗었다. 애플사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21일 출시되며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시장에서 향후 미칠 영향과 여파를 예의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을 두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삼성페이를 넘어선 간편결제 시장의 메기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현대카드는 당일 비접촉식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래 현대카드가 독점 도입을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여타 카드사들의 진입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당분간은 결제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로 우선계약권을 가진 현대카드만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의 우선계약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노리기보다 아이폰의 주 고객층인 MZ세대를 포섭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현대카드가 강조하는 '혁신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도 공고히 할 것으로 본다.

애플페이가 출시되면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변동도 감지되고 있다. 애플이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에서 지니고 있는 위상과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아이폰 유저들 때문이다.

출시 9년 만에 국내에 도입된 애플페이...아이폰 유저 중심으로 간편결제시장 메기 노린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지난 2020년 9월 기준, 전 세계 사용자 수가 5억 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이폰 유저들도 애플페이 이용 의향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리서치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애플페이 이용 의향을 조사한 결과 아이폰 이용자 432명 중 애플페이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6.9%에 달했다. 국내 아이폰 보급률은 약 21%로 충성도가 높은 젊은 층을 주축으로 애플페이 사용률이 높아지면 간편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로 인한 영향은 이전에 저조했던 국내 NFC 결제 인프라가 확대된다는 측면이 크고, 아이폰 이용자를 중심으로 애플페이 사용이 늘면서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에도 어느 정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출시 초기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20일 내놓은 '애플페이 한국 상륙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말 기준 애플페이의 국내 일평균 총거래금액은 1000억원으로 내년에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15%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페이 아성 무너트릴까..."시장 확대 위해서는 결제 범용성 확보가 관건"

하지만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삼성페이다.

2015년 출시된 삼성페이는 지난해 기준 사용자 수 1600만 명, 누적 결제금액 182조원을 기록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서비스 활성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월활성 사용자수(MAU)를 살펴보면 삼성페이의 MAU는 1600만 명대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몇백만 명대에 이르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의 여타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과 편리함이 꼽힌다.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과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국내 대부분의 가맹점은 MST 방식의 단말기를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가맹점에서는 별도의 작업 없이 기존 MST 방식을 이용해 삼성페이를 인식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퍼질 수 있었다. 또한 삼성페이는 QR, 바코드에 비해 결제 방식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애플페이는 NFC 결제 단말기가 설치돼 있는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는 MST 방식이 대다수로 NFC 단말기 설치율은 국내 신용카드 300만 가맹점 중 약 10%인 30만여 개에 불과하다. 이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보급돼 있어 서비스 확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페이가 얼마나 결제 범용성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수료 문제도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페이는 별도의 카드 연회비나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플페이는 수수료와 결제 표준규격인 EMV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결제 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과의 계약을 망설이는 이유도 수수료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주요인인 교통카드 기능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애플이 티머니나 캐시비 등 국내 교통카드 사업자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신용카드 플랫폼인 카드고릴라가 실시한 "애플페이를 가장 써보고 싶은 오프라인 가맹점은?"이라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10명 중 3명 꼴로 대중교통을 꼽았다. 애플페이 이용 시 교통카드 기능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플페이 주 고객층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이용자 대다수가 젊은 세대라 중장년층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때문에 애플페이가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안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증권가에서도 애플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보고서를 통해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간편결제 서비스는 서비스 질에서 편차가 적어 이용자 이탈률이 낮은 편이다.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이탈할 적극적인 동기가 없는 한 기존 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21일 국내에 상륙한 애플페이 서비스는 전국 주요 편의점과 대형 커피 전문점, 일부 대형마트 등의 소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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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