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해지 57조 ‘역대 최대’
보험료 미납, 효력상실 보험도 1조6000억
고물가에 보험료 인상 지속…해지 늘 듯
이상기후에 농산물 등 생활물가 부담 가중
보험료 미납, 효력상실 보험도 1조6000억
고물가에 보험료 인상 지속…해지 늘 듯
이상기후에 농산물 등 생활물가 부담 가중

17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험 해지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환급금 규모는 59조5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입자들이 보험을 직접 해지해서 돌려받은 해약환급금이 57조3801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사정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환급금 규모도 1조6753억 원이나 됐다. 보험 해약환급금 규모는 최근 3년간 계속 늘고 있는데 지난 2021년(27조7860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불었다.
주요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고객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이 12조9583억 원으로 환급금 규모가 가장 크고, 교보생명 6조9896억 원, 한화생명 6조8127억 원, 미래에셋생명 4조6935억 원, 신한라이프 3조9076억 원, 흥국생명 2조9867억 원, KB라이프 2조4817억 원 순으로 두드러졌다.
보험 해약 규모가 늘어나는 배경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대표적인 지출 항목인 보험부터 해지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보험계약 해지 사유 중 ‘납입 부담’이 가장 많았고, ‘목돈 필요’가 뒤를 이었다.
금리 하락기 보험료 인상 역시 보험 해약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사는 예정이율 하락에 따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가계 입장에서는 생활물가 부담에 더해 보험료까지 늘어나면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해 농수산물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체감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출 관리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폭염 등 일시적 충격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0.4∼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료 납입이 부담스럽다면 해약하지 않고 보험을 손볼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당장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서 기존 보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감액 완납, 연장 정기, 특약 해약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약으로 인한 보장 공백은 타격이 더 클 수 있으니 다양한 유예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