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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못 피한 고금리…순이익 1년 새 5.3조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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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못 피한 고금리…순이익 1년 새 5.3조 급감

한은 지난해 순이익 2조5452억원…전년比 69%↓
금리 급등에 통화안정증권 이자 불고, 유가증권 매매손실 급증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한국은행
지난해 금리 상승의 여파로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한국은행의 순이익이 1년 새 5조원 이상 줄었다.

30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의 순이익은 2조545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1년(7조8638억원)보다 5조3186억원 급감했다.

한은은 2008년 이후 3조원대 안팎의 순익을 유지해왔다. 이후 2014년 1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015년에는 2조원대를 회복한 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조원대, 2019년에는 5조원대를 기록했다. 2020년 처음 7조원을 돌파한 후 2021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순이익이 다시 2조원대로 급락한 것은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수익과 비용이 모두 증가했지만 비용 증가폭이 수익 증가폭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은의 총 수익은 1조9115억원 늘어난 20조9946억원, 총비용은 9조3565억원 불어난 17조6982억원을 기록했다.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통화안정증권 이자가 불어난 데다, 채권·주식 가격 하락 탓에 유가증권 매매 손실도 급증한 탓이다. 유가증권 매매 손실은 1년 새 6조9633억원(2조7674억원→9조7307억원)이나 급증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발권력을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해 이를 정부나 금융기관에 대출하거나, 국공채 매입 등으로 운용한다. 또한 국외부문의 외화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시중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흡수함과 동시에 외화자산을 매입·보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산의 대부분은 외화증권, 예치금 등이 차지하고 있으며 부채의 대부분은 화폐발행, 통화안정증권발행과 예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 결과 한은의 손익은 통화안정증권 발행금리와 외화자산 운용수익률의 차이, 환율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외화자산 운용이자와 외환매매익이 늘면서 총수익도 증가했지만, 유가증권매매손 및 통화안정증권이자 등 총비용이 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실적이 대폭 악화하면서 정부의 세입도 급감하게 됐다. 이번 순이익 가운데 30%(7636억원)의 법정적립금 등을 뺀 1조7546억원은 정부 세입으로 처리됐다. 이는 전년(5조4781억원)보다 68% 급감한 것으로 2014년(1조3398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은은 한은법 99조에 따라 순이익의 30%를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잔여 이익 중 일부를 정부의 승인을 얻어 특정 목적을 위한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으며, 나머지 순이익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한다.

2022년 말 기준 한은의 총자산 규모는 582조8261억원으로 전년 말(595조6437억원)보다 12조8175억원 줄었다. 외화증권 규모가 감소하면서 주로 유가증권 잔액(393조3652억원)이 1년 새 42조2190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부채(560조965억원)도 9조8581억원 감소했다. 유동성 조절 규모가 축소되면서 통화안정증권 발행이 줄어서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