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고정금리의 위력...韓보다 금리 더 올려도 꿈쩍 않는 美 집값

글로벌이코노믹

고정금리의 위력...韓보다 금리 더 올려도 꿈쩍 않는 美 집값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율 99%
저금리 시절 받은 대출 유지하려 집 안 내놔
주택공급 부족으로 초강력 긴축에도 집값 안정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AP/뉴시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국내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경제 전반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리 폭등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아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6일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7만57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2월(-0.2%)보다는 하락폭이 커졌지만 미국 집값 하락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엔데믹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물가가 치솟자 지난해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고 이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려왔다. 지난해 2월 0~0.2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달까지 1년 2개월 동안 10회 연속 인상을 통해 5~5.25%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2020년 3월 3% 초반대에서 최근 6% 중후반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고금리에도 주택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져 주택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전체 주담대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매우 작다. 주담대 차주 99%가 고정금리 주담대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30년 만기가 85%, 15년 만기가 10%다. 이런 대출 구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주택구매 수요는 줄지만, 주택 보유자들은 과거 저금리 시절 받은 대출을 유지하려고 집을 내놓지 않게 돼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탓에 금리 인상 충격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 미 모기지 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담대의 3분의 2가 4% 이하의 고정금리를 적용 받고 있었다.

반면, 변동금리 비중이 많은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20% 넘게 하락하면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5년 변동금리 25년 만기상환 구조의 대출이 가장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 금융지구 중심가에 있는 한 22층짜리 빌딩 건물이 6000만 달러(약 800억원) 안팎에서 매매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이 건물은 3억 달러(약 4000억원) 수준이었는데 4년 새 가격이 80% 폭락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도 변동금리 비중이 커서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주는 타격은 매우 강한 편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은 3월 발간한 'BOK이슈노트'에서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높아 시장금리가 가구의 이자비용에 빠르게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미국은 1년 2개월간 금리를 5%포인트 인상했고 우리나라는 1년 반 동안 3%포인트 올렸지만 집값 하락률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집값은 202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지난해 6월 145.2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해 12월 138.7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풀린 유동성이 집값을 무려 45% 넘게 상승시켰지만,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금리 인상에도 집값은 고점 대비 4.5% 떨어지는 데 그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1년 10월 134.0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112.7을 나타내 고점 대비 무려 15.9%나 빠졌다.
때문에 정부도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최장 50년 만기 고정금리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례보금자리 출시 등의 영향으로 3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57.5%까지 높아졌다. 이는 전월보다 9.2% 오른 것으로 2016년 7월(57.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빠르게 잡히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이 온전히 가계에 전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 인상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