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생보사들의 5년, 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 시책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합리적인 상품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종신보험은 변액·연금 등과 더불어 생보사의 대표 상품이자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기존 종신보험은 일반적으로 10년납부터 최대 30년납까지 있으며 원금은 납입이 끝나고 그다음 해에 100%에 도달한다.
하지만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와 같은 인구 구조 변화로 가입 수요가 줄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종신보험 판매 비중이 줄어들자 생보사들은 단기납에 눈을 돌렸다. 리스크 우려 때문에 그동안 상품 출시를 하지 않았던 대형사들도 뛰어들면서 시장 파이가 커졌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일반적으로 판매됐던 20년납에 비해 납기가 짧아 빠른 기간 내에 원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장기납 부담도 적고 판매하기도 쉬운 편이라 MZ세대를 공략하기에도 용이하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새 회계제도(IFRS17)의 수익성 지표인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확보하는 데 유용한 보장성 보험이라는 점도 판매 경쟁을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5년, 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은 생보사의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생보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시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보사들은 대형사를 주축으로 지난 4월부터 설계사들에게 1400%에 달하는 판매 수당을 내걸면서 출혈경쟁을 야기하고 있다. 시책이 워낙 높다 보니 설계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몇 개월치의 보험료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후문이다.
GA업계 관계자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설계사들이 단기납을 많이 팔기 위해 시책으로 받은 현금 일부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며 “누구는 100%를 준다 하면 누구는 200%를 주겠다는 식으로 경쟁이 붙기도 하고 많이 주는 경우에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몰리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일부 설계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장성 보험임에도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오인하게끔 판매하거나 107~108%의 환급률을 내세워 은행 저축보험보다 낫다는 식으로 파는 등의 불완전판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생보사들의 시책 과열과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당국도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대한 제동에 나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5년, 7년납 단기납 종신 상품 개정안에 대해 생보사들의 찬성·반대 의견을 지난 14일까지 수렴했다.
지난 9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생보사 상품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00% 이상 높이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생보사들이 높은 환급률을 내세워 단기납을 팔아온 만큼 이 같은 규제는 향후 영업 환경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생보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단기납 종신보험에서 전환해 건강보험 등 제3보험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들도 단기납 종신보험은 팔 만큼 팔았다는 분위기라 하반기부터는 건강보험과 같은 제3보험 판매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제3보험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데다 손보사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기도 해서 생보사들의 영업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