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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 시대, 가계부채 폭탄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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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 시대, 가계부채 폭탄 터질까

최근 3년간 연령별 금융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신용정보원, 진선미 의원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3년간 연령별 금융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신용정보원, 진선미 의원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단 금리가 7%를 돌파하는 등 대출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가계대출 잔액은 6개월 연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1~2%대의 저금리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과도한 대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17~7.10%로 집계됐다. 변동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고정금리(혼합형)는 지난달 말 기준 3.90~6.31%에서 4.00~6.43%로 상승, 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대출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는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미국 및 국내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채 금리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은행(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지난 26일 4.517%를 기록해 약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은행채 1년물 금리도 8개월 만에 연 4%대에 진입했다.

또한 은행채 발행 규모 증가도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국내 은행채 순발행액은 7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조7994억 원에서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은행채 총 발행액은 24조7300억원, 상환액은 17조4300억 원으로 2개월 연속 순발행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급증했던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최근 20일 동안 1조6419억 원 증가해 총 682조453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8월의 한달 증가액인 1조5912억 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문제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체율 상승은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8.41%로 지난해 5.80%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는 3곳 이상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로 신용점수가 664점보다 낮거나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자를 말한다.

실제 올해 2분기 자금조달서 계획 기준 연령별 주택 매입 비중은 청년층이 3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 32.5%, 50대 19.9%, 고령층 14.5% 순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청년층의 금융채무 불이행자와 개인회생 신청자도 크게 증가했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선미의원이 한국은행·대법원·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9세 이하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9만5000명, 30대는 13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금융채무 불이행자 중 청년층의 대출 등록금액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1억 원 이상 대출자의 비중도 증가했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대출 연체 시 일정 기간 이후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이 증가하면 경제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또한 상반기 청년층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22년에 비해 20대는 61.2%, 30대는 3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앞으로 낮은 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해 집을 샀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지난 10년처럼 1~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해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계대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잠재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금융불안지수(FSI)와 금융취약성지수(FVI)가 모두 상승하면서 경제 성장 잠재력과 금융 시스템의 대응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정책당국 간 협조와 모니터링 강화,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 취약성 관리 및 금융기관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