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사도 변화한 환경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지만, 열악한 자본력과 시장 지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중소형사가 성장하려면 장기인 보험 위주로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대형사 중심의 견고한 영업망을 뚫기 쉽지 않다고 한다.
15일 예금보험공사 공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보험사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2조2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한라이프와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생명, 흥국생명 등 중소형사 11개사가 거둔 순이익(1조1265억 원) 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총자산도 빅3 보험사가 482조 원으로 중소형사(248조 원)와 격차가 컸다. 빅3 생보사들이 올해 3분기까지 달성한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3조7877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7% 감소했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업계에서 빅3 회사의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손보사의 경우 양극화가 더 심하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4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85.2%로 지난해 말보다 0.3%포인트(p) 늘었다. 이들 보험사가 상반기 거둔 순이익만 3조2432억 원으로, 메리츠화재나 한화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나머지 10개사가 벌어들인 1조3763억 원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많다.
총자산 규모에서도 상위 4개사가 201조 원을 기록해 중소형 손보사(95조 원)보다 두 배 이상 격차가 심했다. 대형 손보사들은 올해 3분기 금융당국이 제시한 ‘CSM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순이익 변동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실적 자체는 양호한 수준을 지속 중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격차가 심화하는 결국 자본력 차이다. 대형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수요 부진에 따른 빈자리를 보장성 상품으로 채워왔다. 이 과정에서 대형 GA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고, 대규모 시책비를 내걸어 영업력을 강화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 GA업계 6위권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등 GA만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소속 설계사 규모는 2만5000명에 달한다.
중소형사인 흥국생명의 설계사 규모(1300명)와 비교하면 영업력에서만 19배 이상 차이 난다. 손보사 사정도 비슷하다. 손보업계에선 자동차 보험 점유율이 10%는 넘어야 적정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데, 중소형사의 시장 점유율이라고 해봤자 보통 1~5%대다.
중소형 손보사들이 점유율을 높이려면 암보험이나 건강보험, 치아보험 같은 ‘장기인보험’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대규모 시책비를 내건 대형사들과 경쟁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중소형사 한 관계자는 “GA 인수와 설계사 확보, 시책비 규모 등 영업 경쟁력만 봐도 대형사를 따라갈 수가 없는 구조”라면서 “자본력에서부터 한계가 있다 보니,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