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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발등의 불] 탄소배출 기업 대출금지 목표도 없는 K-금융 민낯…ESG금융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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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발등의 불] 탄소배출 기업 대출금지 목표도 없는 K-금융 민낯…ESG금융 ‘뒷전’

우리나라 171개 금융기관 중 ‘탈석탄’ 목표 26% 그쳐
기후 위기에도 ‘녹색채권’ 발행 급감…ESG 의지 상실

기후 위기로 인해 금융회사에 탈석탄 계획을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은 중국에 있는 석탄발전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후 위기로 인해 금융회사에 탈석탄 계획을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은 중국에 있는 석탄발전소. 사진=로이터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금융 목표를 수립한 곳은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ESG금융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 중심으로 진행해 민간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던 ESG채권 발행 규모도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개선 목적의 녹색채권은 46%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6일 금융권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2022 한국 ESG금융백서’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ESG금융 목표를 수립한 금융기관은 전체 171개사 중 45개(26%)에 그쳤다. ESG금융 목표를 세운 공적 금융기관은 신용보증기금과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9개사다. 민간 영역에서는 KB국민·하나·NH농협·우리·신한은행 등 5개사와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등 17개사다.

ESG금융 목표를 수립한 금융사는 2020년 32개사, 2021년 44개사로 증가하다가 작년 처음으로 둔화했다. ESG금융 목표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ESG보고서’에 반영하는 회사는 늘고 있지만, 미래 자금 흐름을 예측하거나 친환경인 척만 하는 ESG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일관된 기준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의지는 글로벌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작년 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618조6000억원으로 전체 57% 이상을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11.6%(8조9000억원)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일자리나 인프라 등 사회적 채권이 75%(57조4000억원)로 가장 많다. 재생에너지와 전환 관련 투자 기회가 비교적 적은 국내 시장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ESG금융 참여도 저조하다. 우리나라 ESG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1000조원을 돌파했는데, 국민연금 등 공적금융이 주도했다. 작년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95%(253조9000억원) 급증했지만, 나머지 금융기관은 8.7% 증가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탈석탄 의지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총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118조5000억원에 달한다. 민간보험사의 부보금액(보험)인 94조9000억원까지 포함하면 213조4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의 석탄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정책은 신규 석탄 보험으로 제한돼 있는 상황으로 기존 보험에 대한 단계적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보험사는 없다.

특히 석탄산업 발전을 주도한 보험사에 대해 ESG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르게발트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기후솔루션, 한국사회투자포럼(KoSIF) 등 국내외 28개 기후환경단체는 삼성화재에 ‘석탄 발전회사에 대한 운영 보험 제공을 즉시 중단하라’고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삼성화재는 보험사의 기후 대응 정책을 평가하는 글로벌 비정부기구인 ‘인슈어 아워 퓨처’(Insure Our Future: IoF)가 발간하는 ‘스코어카드’ 가운데 우리나라 보험사 중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스코어카드는 화석연료나 관련 파이프라인, 북극 및 초심해 시추, 생산량 증가에 기여하는 모든 석유 및 가스 확장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삼성화재는 전체 30개사 중 22위로 10점 만점에 1.3점을 받았다.

IoF는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가 화석연료 사업에 보험을 제공하고 투자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구 온난화 1.5°C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석탄·석유·가스 회사 관련 자산을 즉시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