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고금리, 건설사 PF 부실 심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신호탄으로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부동산 업종의 기업 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전락했다.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로 건설사 관련 PF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부동산업 대출 부실, 10년 만에 최고치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건설·부동산 업종의 대출 부실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건설업 NPL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7.34%로 전년 동기 대비 3.3배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분기(8.42%) 이후 6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업은 5.97%로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9월 말 기준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또한 2022년 3분기(1.77%·1.55%)와 비교해 1년 사이 각각 3.1배, 2.6배로 급증했다.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이는 2년 전 497조6000억원보다 22.3% 늘어난 수치로 2023년 3분기에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2년 사이 저축은행·새마을금고 제외 상호금융조합·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155조원에서 193조6000억원으로 24.9% 급증했다.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건전성 지표가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이상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우려가 제기됐다.
PF시장 구조조정 신호탄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PF 시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취약 요인이 두드러진 부동산PF에 대해서는 대주단들이 자율적인 협약을 통해 사업 지속 또는 구조조정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도록 지원함으로써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부실 PF 사업장의 질서 있는 정리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 중 정상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매각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 방향은 시공사 교체, 토지 경매 등과 같은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기간 동안 건설사 수주잔고와 매출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주택도급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지난해 무너진 신규 주택 착공 사이클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가계의 부동산 자산 매입 능력이 약화되면서 PF 문제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는 지가 상승이 가팔랐던 2021~2022년 시작한 브리지론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며 "토지값과 공사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신규로 공급되는 부동산 자산을 매입할 가계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어 PF 문제 해결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산이 부족한 건설사는 이번 파고를 넘기 어렵다. 건설업은 용지와 투자용 부동산을 제외한 유형 자산이 없어 현금흐름 둔화와 외부 자금조달이 막히면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지금은 매출액·시가총액 등 눈으로 보이는 숫자가 아닌 숨겨진 자산에 주목하고 부채에 주의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