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 5배 높은 미국, SMR 제조 역량 갖춘 한국에 손짓
두산·현대건설 30억달러 투자... 지재권 분쟁 해소땐 수출 급증
두산·현대건설 30억달러 투자... 지재권 분쟁 해소땐 수출 급증
이미지 확대보기AI 전력난이 부른 원전 재가동... 32억달러 투입
미국 원전 부활의 가장 큰 동력은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연중무휴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기저부하 전원으로 원자력을 선택했다.
미시간주 레이크미시건 해안의 팰리세이즈 원전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지난 2022년 경제성 악화로 가동을 멈췄던 이 발전소는 현재 재가동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홀텍인터내셔널은 미국 정부로부터 32억 달러(약 4조6700억 원)를 지원받아 설비 개선과 SMR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 시 발전 용량은 1400메가와트(MW)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지난해 10월 민간 투자사 브룩필드, 원자로 제작사 웨스팅하우스와 80억 달러(약 11조6700억 원) 규모의 협력을 맺고 대형 원자로 8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건설비 5배 부담... 보그틀 악몽 재현 우려
장밋빛 계획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조지아주의 보그틀 원전 3·4호기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가동을 시작했으나, 당초 계획보다 7년 지연됐다. 건설비용은 예상치를 180억 달러(약 26조2700억 원)나 초과했다.
제프리스의 줄리엔 두물린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원전의 1킬로와트(kW)당 건설비는 약 1만5000달러(약 2180만 원)에 이르며, 이는 한국이나 중국의 5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비용 급증은 결국 2017년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신청으로 이어졌다. 듀크에너지(Duke Energy) 등 주요 전력 회사들은 정부의 재정 보증 없이는 자본 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 30억 달러 투자... 원자로 모듈 수조 원 물량 확보
미국의 높은 건설비와 원전 확대 의지 사이의 격차는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 SMR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30억 달러(약 4조3700억 원)에 육박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최근 뉴스케일이 빅테크 기업들과 맺은 공급 계약에 따라 수조 원대의 원자로 모듈 제작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건설도 홀텍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을 맺고 미국 내 첫 SMR 건설 프로젝트의 상세 설계와 시공 참여를 확정했다.
산업 협력이 결실을 보려면 한미 양국 간 법률 쟁점 해결이 필수다.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IP) 분쟁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원전 기술이 자사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며 수출 때 자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처지를 고수해 왔다.
양국 정부는 최근 '한미 원자력 수출과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는 양국이 원자력 수출 통제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주도 글로벌 원전 시장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로 늘리려면 한국의 제조 역량이 절대로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원자력 협정(123 협정) 관련 실무 협의에서 지재권 로열티 문제와 수출 승인 절차 간소화가 합의되면, 한국의 대미 원전 수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