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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불안] 매파적 연준·지정학적 리스크… 원화 약세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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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불안] 매파적 연준·지정학적 리스크… 원화 약세 이어지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조기 금리인하 기대 약화, 북한과 예멘 등 지정학적 리스크, 엔화 약세 동조화 등으로 17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346원까지 치솟으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악재가 겹치면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환율이 이틀 만에 20원 이상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제한적이어서 원화가 큰 폭으로 출렁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345원까지 오르며 이틀 만에 환율이 20원 이상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2원 높은 1338.0원에 시작해 오름세를 보였다.

환율이 오른 이유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축소된데다 북한·중동 등 지정학적 위험이 이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6일(현지 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이번에는 과거처럼 빠르게 금리인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하며 조기 금리인하 지지론자들을 실망시켰다.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3월까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5%를 기록해 전날 70%대에서 하락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하락하며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93% 오른 103.1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원화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7.21위안,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47엔대로 모두 전날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본에서는 연초 노토반도 강진으로 금리 정상화 시점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환율이 급등했다. 중국에서도 디플레이션 위기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됐던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입찰금리가 동결되면서 중국 증시의 반등 기대감이 하락해 위안화 약세가 이어졌다.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정상화 시점 연기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심화에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 원화 환율도 위안·엔화 등과 동조하며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5일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완전 초토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 한반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인 것도 원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지정학적 위기 확대 가능성은 높아졌다.

예만 후티 반군은 미국 화물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또 후티 반군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15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의 기지가 있는 이라크 북부를 공격하는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도 원화 약세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11거래일 중 9일 하락으로 장을 마감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에서는 기관들의 차익 실현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에너지 솔루션이 '어닝 쇼크'를 발생시키며 증시 낙폭을 확대했다. 또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와 관련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보도가 이어지며 증시 불안감도 상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뚜렷한 악재보다 가랑비 악재에 원화가 하락했다”며 호재가 소진된 가운데 소규모 악재가 여럿 발생한 것이 원화 약세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제한된 가운데 원화가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