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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갈아타기 흥행 '금리인하 효과'… 은행 신규 플레이어 진입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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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갈아타기 흥행 '금리인하 효과'… 은행 신규 플레이어 진입도 가속

당국, 과점체제 깨기 첫 성과에 고무적
1분기 내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
제4호 인터넷은행 등장 가능성 커져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으로 도입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가 초반에 흥행하면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그간 국민들이 높은 금리로 많은 이자부담을 받고 있는 원인으로 5대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지목하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바 있는데, 서비스 출시가 금리 인하로 이어지면서 내부에서도 자신감을 얻는 분위기다.

이에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뿐 아니라 제4호 인터넷은행 등장 등 다른 은행 개혁도 가속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포함된 대출 이동을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총 9271건 신청받았다. 신청액으로는 1조5957억원에 달했다.

기존 신용대출에 한정되던 서비스가 주담대로 확대되자 열흘도 안 돼 1조원 넘는 돈이 대출을 갈아타기 위해 몰린 것이다.

뺏고 뺏기는 경쟁이 계속되자 은행들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낮추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주담대 최저금리는 3.68~3.706%인 데 비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3.895%로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은행들은 주담대 혼합형을 취급할 때 은행채 5년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책정하는데 대출금리가 조달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원가보다 싸게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역마진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정부의 은행 경쟁 유도 방안 중 하나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의 과도한 실적 잔치를 두고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면서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등 여러 방안을 시행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환대출 서비스가 금리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자 내부적으로도 무척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자 다른 은행 개혁 대책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문턱을 낮춰 '메기효과'를 유도할 방침인데 올해 1분기 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법률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 역시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 준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제4호 인터넷은행 등장 가능성도 커졌다. 인터넷은행은 일반 기업(비금융주력자)도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어 빅테크 기업들의 은행업 진출에 용이한 편이다. 금융당국도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위해 인가 신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당국은 현재 영업 중인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3사의 성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들 모두 안정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4호 인터넷은행 등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이 이들 3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주담대(전월세 대출 포함)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6조6383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15조5928억원)보다 무려 70.8%(11조45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18조3276억원에서 431조9299억원으로 3.3%(13조6023억원) 증가했다.

인터넷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시중은행들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압박이 아닌 은행권의 자율 경쟁으로 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의도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이미 제시한 5대 시중은행 과점 깨기 방안인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활성화 정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