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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손실배상 충돌] 투자자 "DLF 배상 선례 따라야" vs 은행 "금융투자 자기책임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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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손실배상 충돌] 투자자 "DLF 배상 선례 따라야" vs 은행 "금융투자 자기책임원칙"

지난달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H지수(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배상 비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H지수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ELS 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져서다.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이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9년 해외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며 원금 보장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번에는 2019년 DLF 사태 때와 상황이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라임·디스커버리펀드 등 다양한 금융사태를 거치면서 금융당국 규제가 강화됐고, 자체 규정도 엄격해져 과거처럼 불완전판매 사례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금융투자 상품은 투자자들도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며 DLF 사태 등과 달리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DLF 분쟁조정, 40~80% 배상 선례 있다


28일 국회와 금융당국, 금융권 등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불완전판매 배상 비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 손실을 입은 6건의 사례를 모두 ‘불완전판매’로 판단하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40~80%의 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 중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게 DLF를 판매한 은행은 손해액의 80% 배상 결정을 받았다. 투자경험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를 강조한 경우 75%를 배상하도록 했다.

정기예금상품 문의 고객에게 기초자산(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의 이자율 스와프)을 잘못 설명한 은행은 65%의 배상 조정을 받았다. 또한 기초자산을 잘못 이해한 것을 알고도 설명 없이 판매한 경우 55% 배상 비율이 결정됐다.

반면,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전성만 강조하거나 투자손실 감내 수준을 확인 없이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경우는 40%의 배상을 받았다.

또한, 라임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에 대해서는 착오취소 법리에 따라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LS 재가입자 비율 높아 배상 비율 낮아질 수도


한편 은행 ELS 손실 배상과 관련, 투자자의 경험에 따라 배상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ELS 가입자의 90% 이상이 1회 이상 투자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투자 경험이 있는 경우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불완전판매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3~2014년 증권사들이 판매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사례를 보면 투자자들은 법원에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했으나, 재판부가 DLS와 유사한 구조의 ELS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경우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대부분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ELS의 경우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로 확산될 여지가 존재하지만 사모펀드 사태와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재가입자 비율이 90%로 높고 고령층 중 최초 가입자는 10% 미만으로 파악된다. 배상안 관련 구체사항은 3월까지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거 DLF 사태와는 상품 구조가 달라 투자자들의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ELS와 관련,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판매사 책임을 묻되 투자자 책임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예적금이 아닌 자기 책임하의 금융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과거 DLF 사태 등 사기성 상품의 경우와 똑같이 볼 수 없다”고 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