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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공습①] 3세 경영권 승계 전부터 디지털 공략…‘빅테크’ 위협 선제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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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공습①] 3세 경영권 승계 전부터 디지털 공략…‘빅테크’ 위협 선제대응

플랫폼 보험 중개 본격화 이후 핵심 경쟁자 부상
빅테크 중심 시장 재편 우려에 디지털 전환 속도
디지털손보·인터넷은행 설립·데이터 사업 등 시도

신중하 교보생명 부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왼쪽부터).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신중하 교보생명 부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왼쪽부터). 사진=각 사
보험사 ‘3세 경영인’인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와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팀장(부장),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 등 3인이 새해부터 ‘디지털 사업’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위협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이 허용된 후 보험사가 아니라 거대 플랫폼을 통해 보험 상품을 중개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아직 대면 영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산업에서 빅테크의 영향력을 위협적으로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다. 그러나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디지털 역량이 고도화하면 모집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 3세 경영인으로 분류되는 정경선 현대해상 CSO 전무와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팀장(부장), 김동원 한화생명 CGO 사장 등 3인은 각 보험사의 디지털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세 경영인들이 잇따라 디지털 사업을 핵심 키워드로 지목한 배경은 빅테크의 영향력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숙기를 넘어 정체기에 빠져 있는 보험산업과 달리 빅테크들은 핵심 영업채널인 모집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들은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기존 보험설계사 중심의 영업채널을 흔들고 있다. 보험사(제조)와 GA로 양분해왔던 전통적인 보험시장 구조가 빅테크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디지털이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보험사별로 가지각색의 디지털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플랫폼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각 사가 가진 강점과 특색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최근 세무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등과 함께 ‘제4 인터넷전문은행’(가칭 ‘U-뱅크’) 설립에 도전했다. 현대해상은 2015년부터 꾸준히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현대해상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꼭 갖춰야 할 사업적·재무적 안정성을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 대해 정경선 전무의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U-뱅크 컨소시엄이 목표 고객으로 지정한 시니어, 외국인, 자영업자는 보험사의 잠재 고객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을 대상으로 유병자 보험이나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등과 연계하는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신중하 팀장을 필두로 한 교보생명은 자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신중하 부장은 교보생명 디지털 전환의 핵심 과제인 ‘그룹 데이터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룹데이터전략팀을 주축으로 주요 자회사들과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디플래닉스가 그룹의 데이터 통합과 협력을 위해 공동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중이다.

그룹 데이터 체계 구축 프로젝트는 교보그룹 내 흩어진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아 그룹 데이터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회사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신사업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의 경우 일찍부터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해 미래 보험사로서 초석을 다졌다. 김동원 사장은 지난 2019년 야심작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캐롯손보는 출범 4년 만에 계약건수 150만 건, 6% 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산업과 디지털이 떼어낼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역량을 키우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