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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ELS 배상 속도전… 금융권·학계 "총선 앞둬 서두른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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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ELS 배상 속도전… 금융권·학계 "총선 앞둬 서두른다" 비판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다음 주 홍콩 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 책임 분담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속도전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빠른 보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태 봉합에만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1차 검사에서 불완전판매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일부 확인됐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의 조급함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ELS 사태를 조기 봉합하고 싶은 당국의 의도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 판매사 11곳(은행 5곳·증권사 6곳)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판매사와 투자자 간 책임 분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책임 분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대한 구제하기 위한 최적의 접점을 도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과거 투자 경험이 있거나 대면 채널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 경우 배상에 차등을 두거나 제외하는 식이다.

판매사들은 2019년 발생한 DLF 사태와 달리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대폭 강화된 2021년 금소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충분한 안내와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에도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정황이 확인된 만큼 투자자 손실을 판매사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이에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는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러한 행보에 조급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배상안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는 취지다.

금감원의 조급함은 자율배상 압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배상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판매사에 자율배상을 압박했다.

지난 20일에는 배상기준 마련 주체가 금융당국이 아닌 사법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금감원도 업무권한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경우 줄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표심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사법부의 판단은 금융당국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 대해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2016년 미래에셋대우가 판매한 금·은·원유 D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증권사가 적법하지 않은 투자 권유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포퓰리즘에 입각한 당국의 행보가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흔들고 금융산업 선진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ELS 사태가 '총선 어젠다'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라면서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으면 결국 정부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산업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해결책 도출보다는 투자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