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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사면] '취약 차주 귀환'에 커지는 부실 우려… "총선 포퓰리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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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사면] '취약 차주 귀환'에 커지는 부실 우려… "총선 포퓰리즘" 비판도


금융위원회는 12일 개인 최대 298만 명, 개인사업자 최대 31만 명 등을 대상으로 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상환 관련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원회는 12일 개인 최대 298만 명, 개인사업자 최대 31만 명 등을 대상으로 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상환 관련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2일 역대 네 번째 신용사면을 단행해 서민과 자영업자 330만 명이 신용회복 혜택을 받지만 취약 차주가 금융시장으로 귀환해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취약 차주들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것이 아닌데도 신용점수를 회복시켜줘 다시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받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제2금융 등의 부실이 확대될까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선 성실히 상환한 차주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 있고, 총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가 발생한 소액연체자(개인 298만 명·개인사업자 31만 명) 중 오는 5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할 경우 신용점수가 즉시 회복된다고 이날 밝혔다.

차주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정보원이 최장 1년간 연체 기록을 보존하고,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에 이를 공유해 최장 5년간 활용하는데, 이를 삭제해주는 것으로 최대 330만 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한다.

문제는 취약 차주들의 실제 신용상태가 개선된 것이 아닌데도 신용점수를 회복시켜 준다는 데 있다.

연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들 차주들이 소득 감소 등으로 부득이하게 대출 상환에 실패한 셈인데 신용점수를 원복해줌으로써 다시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이번 정부의 신용사면 조치로 15만 명이 카드발급 기준 최저신용점수(645점)를 충족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26만 명은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돼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취약 차주들이 대거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가뜩이나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제2금융권 연체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67%로 1년 전과 비교해 0.69%포인트(p) 올랐다. 신한카드(1.45%), 우리카드(1.22%), 삼성카드(1.2%), KB국민카드(1.03%) 등도 1%대로 올라섰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만 어려워지면 정부가 신용사면 카드를 꺼내면서 차주들의 정상 상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신용사면은 역대 네 번째다. 2000년 1월 IMF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연체금 상환 완료자의 연체이력 공유를 중단해 32만 명에게 혜택을 줬었고, 2001년 5월에도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채무불이행자 급증 등의 문제 개선을 위한 연체이력 공유 중단이 시행됐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 신용회복 지원방안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2000만원 이하 채무불이행자 중 2021년 말까지 연체가 상환된 228만 명에 대해 연체이력 공유가 중단됐다.

이에 정부는 전액 상환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기에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혁신단장은 "고금리‧고물가에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이분들의 경제활동 제약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재기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전액 상환한 분들만 지원하기에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총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신용사면은 지난 1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첫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다. 당시 한 자영업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출을 연체했는데, 상환을 완료해도 기록이 남아 은행 대출이 어렵다"는 하소연에 정부가 화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