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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외면②] 실손보다 보험료 높아…보장 범위·금액은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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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외면②] 실손보다 보험료 높아…보장 범위·금액은 “턱없이 부족”

건강검진·예방접종 등의 기초의료와 중성화 등 필요성 높은 수술 보장 안 돼
보험 제일 필요한 고령 동물 가입도 제한

펫보험 가입률이 1%대를 돌파하며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이미지 확대보기
펫보험 가입률이 1%대를 돌파하며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사들이 ‘펫보험’을 블루오션 시장으로 인식하고 공격적인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고객들은 가성비와 보장 범위 한계에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펫보험이 사람의 실비보험 등보다 비싼데다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등 일부 필수적인 부분의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병원별 진료비용 체계가 비표준적이어서 진료비 편차가 커 손해율을 측정하기 어려운 것 등 아직은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을 취급하는 국내 보험사 10곳의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5만8456건으로 전년(3만5140건)과 비교해 66.4%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펫보험 가입률은 전체 동물 보유 가구수의 1.4%대에 머물고 있다. 보장 대비 보험료가 비싸고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등 일부 필수적인 부분의 보장이 되지 않아 보험 가입을 망설이는 가구가 많은 상황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A씨는 펫보험에 대해 “보험료는 비싼데 보장 범위는 한계가 있어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신 아플 때를 대비해 적금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펫보험은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지만 보험금은 오히려 사람 보험보다도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20~40대가 실손보험을 들면 월 1만원대로 가입이 가능하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펫보험은 최저 월 2만원대, 평균적으로는 월 4만~5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특히 보험을 드는 반려동물이 10살에 가까운 고령견이라면 월 보험료가 10만원 넘는 경우도 확인됐다.

보험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반려견 치료의 자기부담률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략적으로 2~50%의 자기부담률로 보험을 드는데, 이 역시 사람 보험보다 높다. 반면 보장금액은 한계가 있었다. 대표적인 펫보험 보장 내용을 보면 하루 입·통원 보장금액 한도는 최대 15만원에 불과했고 수술을 하더라도 최대 200만원밖에 보장이 되지 않았다.

고령 동물의 보험 가입이 제한되는 점도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끼는 부분이다. 강아지의 경우 크게 아프기 시작해 보험이 필요한 나이는 대체로 10살 이상이다. 그러나 펫보험은 8세에서 10세 이전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며 6세 이상이 되면 보험료가 급격하게 오른다.
건강검진·예방접종 등의 기초의료와 중성화 수술과 같은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의 27일 발표에 따르면 펫보험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필요성을 느끼는 혜택인 예방접종·중성화·미용수술·치과치료 등을 기본 보장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선천적·유전적 질병에 의한 의료비도 보상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보험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동물병원별로 진료비용 체계가 비표준적이고 불투명해 진료비 예측이 어렵고, 진료비 편차가 커서 손해율을 측정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또 반려동물 고유 개체 식별도 힘들어 의심되는 보험금 청구가 있어도 확인이 어렵다는 점도 혜택 확대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제도적으로 수의사는 의사와 달리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어 진료비 정보의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

실제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에 대해 “아직 제도라든가 정비해야 될 부분이 많다. 특히 의료수가가 제일 문제다”라며 사람 의료보험 비급여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처럼 동물병원 수가도 병원마다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펫보험 산업 자체는 성장성이 높아 보험사들로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애묘와 애견에 대한 관심이 14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보험업계는 (펫보험을) 거의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신규 사업의 경우 몇 년 이상의 적자가 나는 걸 감안하고 투자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