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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IFRS17 도입에… 저축성보험 입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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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IFRS17 도입에… 저축성보험 입지 '흔들'

고금리로 소비자 다양한 선택지 생겨…저축보험 매력 하락
신 회계제도에서 저축보험은 부채 '보험사들 실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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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저축성 보험에 대한 보험사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생보사들 저축성 보험 2023년 신계약 건수가 전년대비 반토막 나면서 관심이 떨어졌다.
IFRS17에 따라 저축성 보험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취급돼면서 보험사들이 저축성 보험을 적극 유치할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들의 저축성 보험 신계약 누적 건수는 32만2600건(금융통계정보시스템 11일 기준) 이었다. 이는 2022년도 생보사들의 저축성 보험 신계약 건수인 75만6000건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저축성 보험은 주로 생보사들이 많이 판매한다.

저축성 보험 판매가 급감한 이유는 소비자와 보험사 양쪽 모두에게서 저축성 보험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저축성 보험 말고도 다양한 금융상품 선택지가 생겼다. 저축보험은 실질 수익률만을 놓고 비교하면 비슷한 조건의 다른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보험사들이 가져가는 수수료율이 높은 데다가, 공시이율까지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돼 있어 매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아직 인하되지 않았는데도 보험사들이 잇달아 연금·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낮추면서 저축보험의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을 2.92%,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7%로 각각 전달대비 0.1%포인트씩 낮췄다.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예금의 금리와 동일하다. 공시 이율이 떨어지면 보험가입자가 받게 될 이자가 줄어든다.

현재 기준금리가 3.5%까지 올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584%까지 오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축 보험의 상품 경쟁력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기타 금융 상품에 비해 저축성보험의 수수료가 매우 높다는 점도 문제다. 저축성보험은 납부하는 금액에서 수수료를 약 10% 차감한다. 저축성 보험도 기본적으로 보험상품인 까닭에 질병, 사망보장 등의 보장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면서 보험사들은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이 때문에 같은 이율이라고 하더라도 저축 보험은 은행, 증권사 등 비보험사의 연금저축펀드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저축성 보험과 관련해서 “오래 유지하지 않으면 손해가 난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저축성 보험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륵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후, 저축성 보험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취급돼면서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저축성 보험을 유치할 요인이 사라졌다.

실제로 다른 생보사 대비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교보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은 지난해 보험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이 급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교보생명은 상위 4개 생보사들 중 유일하게 신계약이 전년대비 역성장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외에도 신 회계제도에서 유리하게 평가되는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적은 생보사들은 모두 업계의 다른 생보사들에 비해 실적이 뒤쳐졌다.

이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저축성 보험 판매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판매 실익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삼성화재는 올해부터 방카슈랑스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처가 주로 은행인 만큼 주로 저축성 보험이 판매된다.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를 중단한 것은 그만큼 보험사들에게 저축성 보험의 매력이 하락한 결과라고 분석된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