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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장기화] “농산물이 문제다” 서민 고통지수 급상승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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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장기화] “농산물이 문제다” 서민 고통지수 급상승 ‘직격탄'

5월부터 배추, 양배추, 당근, 포도, 마른김 신규 할당관세 적용 시행
이상기후로 농산물 물가상승 지속될 전망…중장기 수입 등 다변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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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고삐 풀린 밥상 물가가 끊임없이 오르며 서민과 자영업자의 생활은 점점 더 빠듯해졌지만,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1500억원을 긴급 투입하며 사과 가격이 소폭 내려앉았지만 양배추, 김, 설탕 등 농산물과 먹거리 가격이 새롭게 부상했다.
최근 한국의 과일 등 농축수산물, 외식 물가는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오름폭이 가장 크다.

이번 물가상승은 이상기후가 주원인이어서 농산물 재배지 확충과 수입확대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5월부터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물가안정 효과에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한발 늦은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의 과일 등 농축수산물, 외식 물가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 대비 가장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이 10개국(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유로지역·대만·한국)의 올해 소비자 물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올해 과일류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2위 대만의 약 2.5배에 이르렀다.

채소류 상승률 역시 한국(10.7%)이 가장 높았다. 이탈리아(9.3%), 영국(7.3%)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상기후, 병충해 등으로 생산 물량이 줄고,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큰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 재배시스템에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외식업체에 커피, 카카오, 설탕 등 국제 원재료도 생산량 급감으로 폭등하며, 외식 물가까지 요동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도 새로운 방안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특정 품목에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기본관세율보다 낮춰주는 할당관세(저율관세)를 5월부터 신규 적용하기로 했다. 관세 인하분을 시장에 빠르게 공급하고 납품단가를 지원해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한 생필품도 편의점·마트 등에서 유통마진을 과도하게 반영하지 않는지 집중 점검하며,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시장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농산물 등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금리나 통화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문제로 생산이 급감하거나 급증할 때 재배면적을 늘리거나, 재정을 지원하거나, 유통을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재배면적을 늘렸는데 기후가 좋아서 생산이 늘고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자는 어려워진다. 그럼 정부는 재정을 투하해 보조하게 된다. 반대로 기후가 나빠지면 재배면적이 크더라도 생산량이 줄어 또다시 보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후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이냐, 그게 아니면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며, 기후변화 등 구조적인 변화에서 우리 국민의 합의점이 어디인지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입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이 확대되면 국내 자급률이 떨어지고, 자급률이 떨어지면 유가 상승, 지정학적 문제 등 국제적 이벤트 발생 시에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촌 인구 감소와 경작지 축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농산물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농촌 활성화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 공급 충격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걸 뻔히 알면서 둘 거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면에서 다른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농산물이나 과일만큼은 국가안보처럼 중요해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소비자도 한 축이니 수입 물량을 확보하고 공급 유연성을 갖출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민지 글로벌이코노믹 수습기자 minjih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