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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가 공포 확산, 저소득층 지갑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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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가 공포 확산, 저소득층 지갑 닫는다

견고했던 美소비, 고물가 장기화에 저소득층 중심으로 위축
소비심리 악화로 경기침체 가능성…최악 땐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 탓에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가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장기간 긴축에도 물가는 안 잡히고 있다. 그간 견고했던 경기가 둔화되면서 자칫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심화되면서 경기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횟수에 대한 전망은 점차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연준이 연내 세 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 차례 정도만 금리를 내릴 거란 전망으로 바뀌었다.

JB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스, HSBC, BNP파리바 등은 올해 연준이 금리를 한 번만 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한 것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했음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탓이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고, 3월 소비자 물가지수 역시 3.5%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문제는 고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국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소비가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5%로 작년 4분기의 3.3%보다 낮았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CNBC에 따르면 맥도날드, 코카콜라, 네슬레 등 미국 소비재 대기업들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저소득층 중심으로 외식 씀씀이를 급격히 줄여 가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맥도날드의 1분기 실적은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은 2.70달러로 시장의 예상치 2.72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존 머피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수요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북미 지역의 식당·술집 등에서 저소득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압박감으로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면서 "저소득층에서는 구매력이 위축돼 있고 이에 따라 더 크고 저렴한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경기 전망도 비관적으로 변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CCI)는 97을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돌수록 소비자들이 경기를 비관하고, 100을 웃돌면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00을 웃돌았던 전월(103.1)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당초 시장 예상치(104)를 크게 벗어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물가 고통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전반적인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가 전망치가 높아진 점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 연준의 금리 결정에 불안 요소"라면서 "연말까지 80달러 중반 수준의 유가가 예상되는 만큼, 물가 안정에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