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텃밭’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와 지역대학 주거래은행 유치전에서 시중은행과 잇달아 경쟁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지자체 1금고를 맡아왔는데 내년 시금고 유치전에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광주은행이 50여 년 ‘단골’ 조선대 주거래은행 경쟁 입찰에서 시중은행에 1순위를 뺏겨 충격을 받기도 했다. 지방은행은 수도권 집중화, 지역소멸 흐름과 맞물려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텃밭’마저 위협받으며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4일 지자체와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4년간 15조원이 넘는 부산시 예산을 관리할 제1금고(주금고)와 제2금고(부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 모집 절차에 BNK부산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3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부산시의 1금고는 부산은행이, 2금고는 KB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특히 시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1금고의 경우 2001년부터 올해까지 부산은행이 단독 신청하며 맡아왔는데 24년 만에 첫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부산시 금고 3파전을 계기로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지자체 금고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이자이익 축소가 불가피한데 당장 추가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나섰단 점에서 은행권의 조급함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선 시금고를 유치하면 대규모 자금 유입, 안정적 수익기반 확보, 지방 영업권 확장 외에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따른 미래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된다.
광주시도 오는 24일까지 내년부터 2028년까지 시금고를 관리할 은행을 선정하는 데 기존 55년간 1금고를 지켰던 광주은행이 이번엔 시중은행들의 거센 도전에 부딪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지방소멸 위기감이 극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방은행들은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꼽고 있다. 사람도 기업도 수도권으로 몰리니 영업기반 확대도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유대감도 약화되면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어서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클 수밖에 없는데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지방 영업을 확대하니 막아낼 방법이 없다"면서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을 벌여야 할 대형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뺏어 오겠다고 사활을 거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도 "수도권 과밀화로 지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지방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지방은행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면서 "지방은행이 쇠퇴하면 지역자금 역외유출이 확대되고 다시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자체 금고 선정 시 정성평가 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방은행들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은 최근 "지역 재투자 현황에 대한 금융위 평가는 변별력이 없어 지방은행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지역 경제를 위한 지방은행의 실적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