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이력 삭제로 ‘신용 인플레이션’ 현실화…구조적 리스크 우려
저축은행 “고위험 차주 선별 어려워져”…내부 리스크 관리 비상
카드사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충당금 부담·건전성 압박 심화
저축은행 “고위험 차주 선별 어려워져”…내부 리스크 관리 비상
카드사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충당금 부담·건전성 압박 심화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규모 신용사면 시행 이후 연체 이력 삭제로 인해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이른바 ‘신용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총 324만 명의 연체 정보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신용점수의 전반적인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대출심사가 한층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은 신용점수가 대거 상승하면 기존 평가체계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신용사면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신용점수 상향 평준화’다. 연체 기록이 삭제되면 신용점수는 자연스럽게 올라가는데, 실제로 지난해 290만 명을 대상으로 사면이 이뤄졌을 당시 개인 신용점수는 평균 31점 상승했다. 이처럼 점수가 인위적으로 높아지면 금융회사가 위험 차주를 선별하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저축은행은 ‘식별 리스크’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다. 중·저신용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는 만큼 연체 이력이 사라지면 차주의 실제 상환능력이나 부실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연체 이력과 상환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해 고위험군을 선별했지만, 신용사면으로 이런 정보가 일괄 삭제될 경우 내부 심사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 기록이 일괄적으로 삭제되면 재연체 위험이 높은 차주를 걸러내기 어렵고, 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1.76%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카드 대출채권 연체율 역시 3.54%까지 치솟았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도 1.30%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사면 대상자인 중·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가 다시 시장에 유입될 경우 카드업계의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카드사의 경우 심사 과정에서 한도 조정 등의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발급은 연체 여부뿐 아니라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에 연체 기록이 삭제되더라도 한도 조정 등을 통해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