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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용해도 치료비만 3억”…첨단재생의료법, 실손 악화 ‘뇌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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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용해도 치료비만 3억”…첨단재생의료법, 실손 악화 ‘뇌관’ 부상

개정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고가 시술 비급여 청구 길 열려
비급여 중심 지급보험금 증가…실손 손해율 다시 ‘100% 경계선’
치료대상·가격기준 모호…“비급여 관리 없으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
고액 치료보장 확대로 인해 실손 손해율 악화가 가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고액 치료보장 확대로 인해 실손 손해율 악화가 가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고가 비급여 시술인 첨단재생의료가 임상진료 단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실손보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일부 첨단재생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1회 치료비가 3억 원을 넘는 초고가 치료가 포함돼 있어, 향후 비급여 항목에서도 이와 유사한 고액 시술이 등장할 경우 실손보험의 보장 부담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7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고액 치료 보장 확대에 따른 실손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개정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되면서 중대·희귀·난치질환자 대상 첨단재생의료가 임상진료 단계에서 확대되고, 의료기관이 비급여 형태로 비용을 자율적으로 책정해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이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 의원급, 성형외과·피부과·한방병원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은 실손보험의 잠재 청구 위험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첨단재생의료가 고난도 중증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모호한 ‘난치질환’ 정의를 근거로 미용·관절·통증 치료로까지 확대될 경우 실손보험이 고가 비급여의 ‘결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급보험금 증가의 상당 부분을 비급여 항목이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첨단재생의료 도입으로 고액 보장 사례가 늘어날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급여 본인부담금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급여 항목까지 보장하는 구조여서 시술 단가가 높아질수록 보험금 지급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동안 실손 적자를 악화시킨 주범이 도수치료·체외충격파·영양주사 등 반복 이용되는 비급여였다면, 첨단재생의료는 ‘1건 청구당 수백만~수천만 원대’가 가능한 새로운 리스크로 분류된다.

실손보험의 재정 부담이 커질수록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2025년 실손보험료를 평균 7.5% 인상하고,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할인·할증을 적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첨단재생의료 확산은 기존 관리기준으로도 통제가 어려운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실손 손해율이 다시 100%를 넘어설 경우 보험사들이 대규모 보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실손 가입자의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2024년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99.3%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약 85%)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3세대(128.5%)와 4세대(111.9%) 상품은 구조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지급보험금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15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첨단재생의료 확산이 불가피하다면 가격·대상 기준을 명확히 해 실손보험의 과도한 부담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첨단재생의료는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혁신적 제도지만, 고가 치료가 비급여로 확산될 경우 실손보험 재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복지부는 치료계획 심의 과정에서 적정 가격 기준을 마련하고, 치료대상자 범위를 명확히 해 불필요한 시술 남용을 차단해야 하며, 비급여 가격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