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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 우회전 사고 위험, 승용차 27배…보행안전 위협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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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 우회전 사고 위험, 승용차 27배…보행안전 위협 심각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
첨단 감지장치 의무화·시야 개선 필요
캐빈 낮추고 도어 하단창 도입 해야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차의 보행자 사고 위험성이 일반 승용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진=삼성화재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차의 보행자 사고 위험성이 일반 승용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진=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5년간의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차의 보행자 사고 위험성이 일반 승용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26일 ‘대형차량 사각지대 안전장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대형차의 사각지대가 교통안전의 주요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화물·덤프 등 대형차의 보행 교통사고 치사율은 승용차보다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높았다. 특히 덤프 차량의 경우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가 15.8명으로, 승용차(2.5명)의 6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우회전 상황에서의 보행자 사고는 더욱 심각했다.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차가 우회전할 때 발생한 보행자 사고 치사율은 승용차의 27배에 달해, 대형차의 우측 사각지대가 보행자 안전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대형 화물차 8종을 대상으로 운전자의 실제 시야를 측정한 결과, 대형 화물차의 우측 사각지대가 승용차보다 평균 3m 이상 길었다고 밝혔다. 승용차의 우측 사각지대는 평균 4.9m였지만 대형 화물차는 8.1m에 달했으며, 이는 운전자가 시야에서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구간이 두 배 가까이 넓다는 의미다. 특히 만 7세 어린이의 눈높이(120cm)를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운전자가 인식하려면 어린이가 대형 화물차 우측으로 최소 3.2m 이상, 성인은 3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어린이의 경우 최소 5m 이상 떨어져야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이 같은 사각지대의 원인은 차량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대형 화물차의 운전자 눈높이는 평균 2.5m, 앞 패널 높이는 1.9m로 차량 바로 앞의 보행자를 인식하기 어렵고, 조수석 도어패널 높이도 1.99m에 달해 우측 시야 확보가 제한된다. 불투명한 도어패널 구조와 높은 운전석, 전면 유리에 부착된 반사필름이나 대시보드 물품 등은 운전자의 직접 시야를 더욱 가린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형 화물차 운전자는 다수의 사이드미러와 보조 카메라 등 간접장치에 의존하지만, 이러한 장비로는 근접 보행자를 즉시 인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삼성화재 연구소는 해외 사례를 들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런던은 운전자의 직접 시야 범위를 등급으로 구분해 일정 수준 이상을 확보한 차량에만 도심 운행을 허용하고, 낮은 등급 차량에는 사각지대 감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26년부터 대형 화물차 신차에 첨단 사각지대 감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대형 화물차의 전방과 우측 사각지대를 감지해 경고하는 BSIS(사각지대정보시스템)과 MOIS(출발위험정보시스템)의 장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형 화물차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나 첨단장치 장착 의무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박요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 화물차의 사각지대는 승용차보다 3m 이상 넓고, 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시야 개선과 첨단장치 의무화가 병행돼야 한다”며 “대형차의 캐빈 높이를 낮추고 조수석 도어 하단에 창유리를 적용해 직접 시야를 확대하는 동시에, 전방과 우측 사각지대를 감지할 수 있는 경고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은 이미 관련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대형 트럭 ‘엑시언트’에 전방 보행자와 자전거를 인식해 자동 제동하는 전방 근거리 충돌경고 시스템을, 다임러 트럭은 우측 보행자를 감지해 자동 제동하는 ‘ASGA(Active Side-Guard Assist)’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카니아는 ‘VRUCW(Vulnerable Road User Collision Warning)’ 기능을 통해 차량 주변의 보행자와 자전거를 감지하고, 단계별 경고와 자동 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형 화물차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직접 시야 개선과 첨단장치 도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덤프트럭과 같이 우회전 사고 위험이 높은 차량부터 시범 적용이 이뤄질 경우, 대형차량 사각지대 사고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