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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카드사까지 가세한 車시장…렌터카 업계 ‘생존 게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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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카드사까지 가세한 車시장…렌터카 업계 ‘생존 게임’ 돌입

렌탈 취급 한도 완화 논의…여전사 진출 본격화
중소업체 “가격·조달 경쟁에서 이미 한계” 반발
여전사들의 렌트시장 진출로 인해 중소형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 하부 점검 중인 차량 모습. 사진=SK렌터카이미지 확대보기
여전사들의 렌트시장 진출로 인해 중소형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자동차 하부 점검 중인 차량 모습. 사진=SK렌터카
자동차 금융·렌트 시장이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털사)와 카드사의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 렌터카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카드·캐피털 업계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본업 부진을 넘어 신규 수익창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해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캐피털사의 렌탈 취급 한도 완화를 공식 검토하면서, 단순한 규제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가 금융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여신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캐피털사 등에 대한 렌탈 취급 한도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권 간담회에서 “공유·구독경제 확산으로 렌탈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기업과 소상공인의 장비·차량 이용 편의를 높이고, 금융사가 보다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드론 규제 강화와 이자수익 중심 영업의 한계 등으로 여신전문금융사의 수익 구조가 변곡점에 놓이면서, 자동차 금융·렌탈·리스 등 실물 기반 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려는 정책 기조로 해석된다.

이미 렌터카 시장에서 캐피털사의 영향력 확대는 상당한 수준이다. 전국렌터카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캐피털사 소속 렌터카 등록 대수는 2010년 2만7000대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55만 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체 등록 차량(약 120만 대)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금융계열 렌터카가 시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대형 캐피털사는 자산유동화(ABS) 등 저비용 조달을 통해 대규모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장기렌트·리스 상품을 저가로 공급하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직접적인 렌트 시장은 아니지만, 카드사 역시 본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 금융에 힘을 쏟는 추세다.

카드사의 핵심 수익원인 카드수수료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형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쟁 압력으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범위에 포함되면서 전통적 대출 수익 확대 여지도 줄어들어, 카드사들이 비(非)카드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업 카드사 6곳의 할부금융 취급액은 3조80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272.1% 급증한 2024억 원을 기록했으며, KB국민카드·하나카드·롯데카드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여전사들의 잇따른 자동차 시장 진출 소식에 중소 렌터카 업체들은 울상이다. 캐피털사는 ABS 발행 등 저비용 조달을 통해 차량을 대량 확보하고 장기렌트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고금리 대출에 의존해야 해 동일 조건의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 가뜩이나 금융사의 시장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렌탈 취급 한도까지 완화되면 대형 금융사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여전사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렌탈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중소업체의 시장 퇴출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취급 한도 제한까지 완화된다면 보호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고 반발했다.
업계는 카드·캐피털 가릴 것 없이 본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정체된 만큼, 자동차 렌트·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사들이) 장기간 본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 다각화를 위한 새로운 포트폴리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