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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스크 ‘회사→임원’ 이동… 소송 증가에 임원배상책임보험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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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스크 ‘회사→임원’ 이동… 소송 증가에 임원배상책임보험 수요↑

상법 개정·ESG 확산에 경영진 의사결정 전반 ‘법적 리스크’ 노출
AI·데이터 리스크까지 책임 영역 확대…이사회 감독 책임 강화 흐름
과거 기업 차원의 손실이 경영진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면서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과거 기업 차원의 손실이 경영진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면서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상법개정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확산 등으로 기업에서 ‘임원배상책임보험’(D&O)이 필수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부상했다. 과거 기업 차원의 손실로 인식되던 위험이 이제는 경영진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확대된 책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D&O 보험을 핵심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

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기업 경영환경은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책임 범위가 재무 성과 중심에서 비재무 영역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 실패나 공시 오류, 감독의무 위반 등 관리 과정상의 문제가 단순한 기업 리스크를 넘어 경영진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제도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전반이 소송 리스크에 노출되는 구조가 강화됐다. 주주행동주의 확산과 맞물리며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 환경 변화 역시 새로운 책임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경영이 확산되면서 사이버 침해, 정보 유출, 알고리즘 오류 등 복합적인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실무 차원을 넘어 이사회 차원의 감독 책임으로 귀속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적 사고로 여겨졌던 문제가 이제는 경영진의 관리 책임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리스크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사고 자체가 문제였다면, 현재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지 못한 ‘과정’이 책임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ESG 대응 실패나 정보보호 미흡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경영 책임으로 확대되면서 기업 리스크는 복합적이고 비정형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역할도 재정의되고 있다. 단순히 소송 비용이나 손해배상금을 보전하는 사후적 수단을 넘어, 확대된 책임 환경에서 경영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리스크 관리 장치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업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했지만, 상장사 중심의 구조로 인해 양적 성장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시장은 보장 한도 확대와 담보 범위 정교화 등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장기손해(Long-tail) 특성에 따른 손해 변동성 관리가 시장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 리스크의 복합화와 경영진 책임 확대 흐름 속에서 임원배상책임보험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상품 고도화와 제도적 정비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