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주당 인수가격이 112달러 규모… PER 적용시 27.8 배수 달해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電裝)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14일 오후 4시 48분 공시했다.삼성전자가 장 마감 후 하만 인수 사실을 공시한 것은 시장에서 충격을 덜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삼성은 통상 M&A(인수합병)를 하면서 금액을 밝히지 않는다. 올해 추진된 6개의 M&A 가운데 하만을 제외하고는 인수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하만 인수 금액이 9조3384억원88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상장사의 경우 인수 금액을 밝히게 되어 있어 하만의 인수가격이 공공연하게 노출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종속회사인 삼성전자아메리카(SEA)를 통해 이뤄지며 하만의 지분 100%를 사들이는 것으로 공시에 나타나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아메리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상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갖거나 전량 매각해야 한다.
하만은 6월 결산법인으로 올해 6월 기준 당해연도에 매출 8조480억원, 당기순이익 42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만의 재무상태는 자산총계 7조493억원, 부채총계 4조1937억원, 자본총계 2조8556억원으로 되어 있다.
M&A를 할 때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뺀 자본총계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지불해야 하는 9조3385억원은 다소 비싸 보인다.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PER(주가수익비율)을 이용한 가치평가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발표 직전 거래일인 11일의 하만 주가를 보면 미국 증시에서 시초가 86.85 달러에 시작해 장중 고가 87.97 달러와 저가 86.53 달러를 기록했고 87.65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주당 인수가격 112달러는 이날 종가보다 27.8% 높은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27.8% 높게 쳐준 셈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M&A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20~3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어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하만의 가치를 인정해 적정 수준의 PER 배수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하만의 주가는 삼성전자가 인수가격을 발표한 후 14일 개장되자마자 시초가 110.43 달러에서 시작했고 109.72 달러로 장을 마쳤다.
하만의 주가는 삼성전자 인수 발표전까지 줄곧 낮은 가격을 유지하다 인수 발표 후 곧바로 오르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국내 면세점 사업자 발표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가 낙점 전부터 크게 오르고 거래량도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9월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조2676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는 데 재정적으로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만의 주주총회와 주요 국가의 정부기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변수로 작용될 수 있다.
삼성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라 인수 절차를 진행하는데 하만 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인수가 가능하다.
현지 회사법은 주주 과반 동의가 성립되면 반대한 주주들도 해당 지분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하만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다.
하만의 주총 통과 이후에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도 얻어야 한다.
반독점 규제는 기업간 M&A로 특정사업부문 또는 제품에서 독점이 심화하거나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처다.
EU와 중국은 하만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고객사 시장이기 때문에 반독점규제를 따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전장 기업 하만 인수는 몰고올 시너지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글로벌 IT전자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만의 주가는 미국시장에서 16일 종가 109.2 달러로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발표 직전 거래일인 11일의 종가 87.65 달러에 비해 24.6%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