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업분석] 현대중공업 분할① 인적분할을 서두르는 까닭… 자사주 활용한 지주회사 기회 잃을까 ‘조바심’

글로벌이코노믹

[기업분석] 현대중공업 분할① 인적분할을 서두르는 까닭… 자사주 활용한 지주회사 기회 잃을까 ‘조바심’

현행 상법에선 자사주 활용되나 경제민주화법 강화되면 1조5000억원 자사주 ‘무용지물’ 될 판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이 경영효율화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조선부문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그린에너지, 서비스 사업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그리고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사업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적자가 누적되며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흑자 기조로 전환하며 1분기부터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8392억원(전년동기비 -19.0%), 영업이익 3218억원(흑자전환), 당기순이익 3344억원(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조선 업황의 타개 측면보다는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냐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를 활용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대주주는 인적분할을 할 경우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신설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가질 수도 있다.

현행 상법은 지주회사 설립 시 기존 대주주에게 자연스럽게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배려 조치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인적분할 통한 지주회사 전환 중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하는 것에 양도차익과세를 적용한다는 법인세법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에 이어 11월에는 자사주 소각 이후에만 인적분할이 가능토록 하는 공정거래법개정안도 발의되어 있다.

경제민주화법안의 톤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고 야당의 영향력 상승으로 국회 통과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올해 9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총 발행 주식수는 7600만주이며 이가운데 13.37%(1015만7477주)가 자사주로 되어 있다.

현대중공업 자사주의 시가총액은 29일 종가 14만3000원을 기준으로 1조4525억원에 달한다.

국회에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자사주 1조4525억원 가치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

더군다나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면 대주주로서는 기존 지분대로의 의결권만 갖게 되지 일반 소액주주들의 보유 지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소액주주로서는 자사주 소각이 보다 소액주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 입장으로서는 어떻게해서든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바꾸기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의 주주분포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들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1.34%(1622만1082주)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10.15%(771만7769주)를 갖고 있고 현대미포조선 7.98%(606만3000주), 아산사회복지재단 2.53%(192만주), 아산나눔재단이 0.65%(49만2236주)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올 10월 5일 현재 7.06%(536만8262주)를 보유하고 있고 KCC는 7.01%(532만7600주)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만 인적분할을 서두르는 것은 아니다.

크라운제과, 오리온, 매일유업도 최근 지배주주의 기업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인적 분할에 발벗고 나섰다.

국회에는 인적 분할을 할 때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들 법안 통과가 된다면 오너들이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