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디즈니도 검열…홍콩 스트리밍 심슨 가족 텐안먼 비판 에피소드 삭제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디즈니도 검열…홍콩 스트리밍 심슨 가족 텐안먼 비판 에피소드 삭제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최근 홍콩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텐안문 사태를 풍자한 에피소드가 삭제돼 중국 당국의 검열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최근 홍콩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텐안문 사태를 풍자한 에피소드가 삭제돼 중국 당국의 검열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유튜브
중국이 디즈니의 홍콩 스트리밍 서비스 검열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9일(현지 시간) 미국 월트 디즈니가 이달 홍콩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론칭한 뒤 1989년 텐안먼 광장 학살을 언급한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를 내보낸 후 삭제해 중국 당국의 검열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홍콩에 진출한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디즈니+)는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톈안먼 민주화시위에 관한 에피소드가 삭제돼 검열 의혹이 불거졌다.

'구구 가이판(Goo Goo Gai Pan)'이라고 불리는 심슨 가족의 사라진 에피소드는 아기를 입양하기 위해 중국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만화 가족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방문하자 "텐안먼 광장: 1989년 여기선 아무 일도 없었음"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등장한다.
2005년 첫 방송된 '심슨 가족'의 이 에피소드는 게스트로 미국에서 활약하는 중국계 배우 루시 리우가 출연했으며 호머 심슨이 마오쩌둥 전 중국 공산당 서기장이 수백만 명을 죽인 '작은 천사'라고 말하는 장면도 들어 있다.

디즈니가 이 에피소드를 삭제한 것은 홍콩이 베이징의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영화 검열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지 한 달 만이다.

검열을 전문으로 하는 홍콩침례대 영화아카데미의 케니 응 부교수는 "'표현의 자유와 검열 사이의 협상의 새로운 기반'이 등장하면서 다른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디즈니의 예를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최고 무기징역이 부과되는 보안법은 2019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지난해 발효됐으며 이미 많은 민주화 정치인과 운동가들이 체포되거나 투옥됐다.

홍콩 당국은 코로나19 전염병 우려를 이유로 지난 6월 톈안먼 대학살을 기념하는 연례 촛불집회를 2년 연속 금지했다. 이 행사의 주요 주최측은 보안법에 따라 지난 9월 구금됐다.

한편, 디즈니는 지난 16일 스트리밍 서비스 홍콩 플랫폼을 출시했다. 디즈니는 2년 전 론칭해 전 세계에 11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FT는 25일 확인한 결과 디즈니홍콩에서 문제의 장면이 담긴 에피소드 12편을 제외한 심슨 가족 시즌 16의 모든 에피소드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이 에피소드를 이용할 수 없는 이유와 홍콩 정부가 이 회사에 어떤 요청을 했는지에 대한 복수의 의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개정된 영화 검열 법안이 "영화 전시만을 규제할 뿐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침례대 케니 응 부교수는 디즈니가 에피소드를 생략한 것이 "미국 스트리밍 업체의 사업 이익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단순히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그들의 최대 이익이다. 그들은 민감한 순간에 불쾌감을 주는 일을 할 강력한 동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홍콩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여전히 본토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것이 매우 까다로운 정치적 이슈에 닿았을 때,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한편, 홍콩이 국가보안법에 따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민감한 것으로 간주되는 일부 영화들은 다른 곳에서도 비평적인 찬사를 받았다.

지난주 2019년 민주화 운동을 보여주는 홍콩 키위 차우(Kiwi Chow) 영화 감독의 다큐멘터리 '유리 시대의 혁명(Revolution of our Times)'이 본고장에서 상업적으로 상영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금마상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