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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서정, 그 울림으로 다가온 바로크 음악…김지연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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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서정, 그 울림으로 다가온 바로크 음악…김지연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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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2022년 5월 21일, 안국동 안동(安洞)교회)
지난 5월 21일 오후 5시 안국동 안동(安洞)교회 초청 교회음악 연주회 시리즈 377회의 주인공은 김지연 파이프 오르가니스트였다. 고색창연한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서 「현의 소리, 바람 위에 울리다」라는 제목으로 안국동에 울려 퍼진 연주는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바로크 음악의 진원이었다. 여섯 작곡가의 예술혼에 띄우는 헌곡은 유려한 만남을 시작으로 확고한 믿음을 굳건히 하는 심결 과정을 고도의 기교와 경험적 여유로 매끄럽게 통과한다.

김지연의 몰입 경지의 연주는 청중 독해의 공감대 형성과 따스한 감동이 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익숙한 공간인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하면 빠질 수 없는 바흐의 작품, 바로크 시대 건반음악가로 인정받은 요한 카스파 페르디난트 피셔의 아름다운 샤콘느와 파사칼리아, 근현대 곡인 스위스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 기 보베와 프랑스 근대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알랭의 짧지만 효과 있는 작품들이 연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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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2022년 5월 21일, 안국동 안동(安洞)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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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2022년 5월 21일, 안국동 안동(安洞)교회)


김지연은 좋은 기운과 위로를 마음에 담고 가게 하는 연주회를 위해 늘 작곡가의 의중을 파악하려 공부하며 애쓰며, 그녀가 이해하고 감동한 작품 속의 이야기나 감정, 이미지를 청중에게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지성들의 산실인 아늑한 안동교회에 참하게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국내에 몇 안 되는 바로크 오르간이다. 이번 공연의 매력은 화평과 평화를 구가하는 바이올린과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가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낸 점이다.

김지연은 부산예고 피아노과와 이대 음대에서 오르간 전공, 독일 프라이부르크大·스위스 바젤大·독일 슈투트가르트大에 이르는 내공의 오르가니스트이다. 불같은 열정으로 이론과 현장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슈투트가르트에서 반주자로 봉사, 한국에서 성가대 지휘와 이화여대 등에서의 출강했고, 현재 동서대 교회 파이프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이번 연주회는 자신의 지금까지의 활동을 결산하는 소중한 무대였다.

김지연은 지난 오월 초사흘 정오 대구 계명대 아담스 채플에서 오르간 연주에 이은 바이올린과 함께한 서울 안동교회에서의 연주는 시월로 예정된 독일 슈톨베르크 교회 연주의 최종 점검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가을에 체자르 프랑크(Cesar Franck)의 오르간 작품을 2인 전곡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김지연은 17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여섯 작곡가를 안동교회로 불러 경건하게 영접하고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칭송한 연주는 그윽한 은총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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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2022년 5월 21일, 안국동 안동(安洞)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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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럽 투어,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작곡가의 종교적 경건함 속에서 선율의 조화와 장르적 차이, 기교적 수사를 돋보이게 한 연주는 들판에서의 유희를 뛰어넘는 내적 정서의 상부 구조에 접근한다. 엄격한 정형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의 틈을 찾아낸 곡은 김지연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한국에 전파되고 있다. 울림으로 찾아온 오월의 통음(筒音)은 로잔, 볼로냐, 바이마르, 사우무르 전장(戰場)에 걸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내었다.
연주는 스위스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인 기 보베(Guy Bovet, 1942년 스위스 로잔 출생)의 탱고 모음곡 「12개의 성서적 탱고 중, 오소서 성령이여, Tango de dctavo tono, sobre el Veni Creator」에서 시작한다. 작곡가는 창의적으로 교회와 춤이라는 조합하기 힘든 두 요소를 연결한다. 이 곡은 열두 성서적 탱고 가운데 여덟 번째 선법에 기초하여 작곡했고, 그레고리안 성가의 선율을 주제로 화려하고 유려한 연주에 맞춰 페달 부분에서 정선율을 노래한다. 어렵게 공부하여 쉽게 보여주는 방식은 김지연 파이프 오르가니스트의 특기이다.

두 번째 곡은 바흐의 라이프치히 코랄(Leipzig Chorales)에서 따온 「Komm, heiliger Geist, Herre Gott, 오소서 성령, 주 하나님」(BWV 651), 「An Wasserflüssen Babylon, 바빌론 강가에서」(BWV 653) 두 곡이다. ‘18개의 오르간 코랄곡집’은 바흐의 바이마르 시기에 작곡되어 말년인 라이프치히 시기에 수정 완성된 것이다. 연주곡은 바흐가 연주와 작곡 기교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원숙미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바흐의 방대한 음악 세계를 반영한다. 그의 코랄은 두 손과 페달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며, 김지연은 고난도의 연주 기법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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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m, heiliger Geist, Herre Gott, 오소서 성령, 주 하나님이시여」는 사도행전 2장의 내용의 대표적 성령 강림절 성가이다. 2절과 3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였더니”의 내용인 성령의 바람이 몰아치는 듯한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다. 화려한 음색인 오르가노 플레노(organo pleno)로 표기되어 있다.

「An Wasserflüssen Babylon, 바빌론 강가에서」는 시편 137편, “바빌론 강가에 우리는 슬픔에 잠겨 앉아 있었네.”를 기초한 코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느낌의 작품으로 깊은 슬픔의 감정을 4분의 3박자의 사라방드를 통해 표현하려고 한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작품으로 우아하게 장식된 선율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코랄 선율이 테너에서 노래 되고, 반주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리토르넬로(ritornello) 형식을 보여준다.

「Violin Sonata in D major op. 9, no. 3」(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 9번, 부제: 퉁보Tombeau, 추모 헌정곡)은 리옹 출생의 장마리 르클레어(Jean-Marie Leclair)가 작곡한 곡이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와 작곡가로서 18세기 초, 프랑스에 이탈리아식의 바이올린 주법을 도입하여 바이올린 악파의 기초를 이루었다. 전혜은은 작곡가의 발레적 리듬을 기억하고자 한다. 전곡 4악장 구성 가운데 3악장 라르고는 바로크 무곡 사라방드로 구성했으며 4악장은 탱부랭(Tambourin)의 4분의 2박자로 활발하고 빠른 프랑스 무곡이 격조로 종료된다.

김지연은 바흐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당대의 최고 중부 독일 바로크의 대표주자인 요한 피셔(Johann Casper Ferdinand Fischer)의 세 곡(「Ricercar Pro Festis Pentecostalibus」(성령강림절을 위한 리체르카), 「Chaconne in F Major」(샤콘느 F장조), 「Passacaglia in D Minor」(파사칼리아 D단조)을 선정, 존중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륄리풍 프랑스 음악의 전통을 독일에 도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작곡가이다. 세 곡은 물 흐르듯이 지나갔다.

「Ricercar Pro Festis Pentecostalibus」(성령강림절을 위한 리체르카), '탐구하다'에서 유래한, 모방 기법의 바로크 시대 전반의 중요한 기악곡이다. 16세기 초에 성악의 모테토 양식을 기악에 응용했고, 류트·오르간이나 기악합주·독자적 기악 형식으로 발전된 뒤 푸가의 전신이 되었다. 「Chaconne in F Major」(샤콘느 F장조)는 샤콘느는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춤곡에서 유래하여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느린 3박자로 변주 기악곡이다. 「Passacaglia in D Minor」(파사칼리아 D단조)는 하나의 선율을 먼저 저성부에서 몇 번이고 반복하여 차츰 다른 성부에서도 차례로 변주해 간다. 샤콘느와 파사칼리아 둘 다 에스파냐계의 완만한 3박자의 춤곡으로 반복 주제의 진행형과 리듬형에는 서로 큰 차이가 있었다. 17세기에는 둘 다 기악곡 형식으로 중요시되어, 나중에는 모음곡 속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Chaconne in G Minor」(샤콘느 G단조)는 볼로냐 출신 작곡가겸 바이올리니스트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 곡이다. 전혜은의 바이올린이 협연하고, 부제 ‘지상에서 가장 슬픈곡’의 의미가 강화된다. 세련된 연주와 움직임을 포함한 표정 연기가 가미되어 흐느끼는 듯한 선율은 바로크 시대 대표 기악 변주곡인 샤콘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서정적 선율이 48개의 다채로운 변주로 극적 감동을 이끈다. 화려한 보잉과 다양한 왼손 기교, 8마디 통주저음 뒤 4마디의 변주가 시작되고 마지막까지 감정이 격앙되며, 현란하게 이어지다 끝을 맺는다.

「리타니」(Litanies)는 프랑스 근대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알랑(Jehan Alain)의 곡으로 양식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유형, 인상주의적인 곡들, 플레인 송에 영향받은 작품 등을 망라한다. 예배 전례의 선창과 응답 방식의 간청 기도로, 인간의 언어로는 더 이상 기도할 수 없을 때, 간절히 구하는 기도자의 모습을 그린 곡이다. 알랑은 이 곡은 “이성이 한계에 도달하여 하나님의 자비를 구할 수 있는 말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 올리는 곡으로 규정한다. 가슴으로 듣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오감의 여러 영역을 자극하고 경건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파이프 오르간은 여전히 생소한 악기로 인식되고 있다. 연주회도 종교행사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전통 예배는 점점 사라지고, 오르가니스트들은 아웃사이더적 외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좋은 효과의 음향과 악기가 있는 대형 콘서트홀은 손에 꼽히고 대관료는 개인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액수이다. 파이프 오르간이 아니더라도 가상음원 시스템이 도입된 오르간으로 공연장에서나 야외에서 연주·협주가 가능하고 다방면으로 응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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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파이프 오르가니스트)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의 황제라고 불리며 폭넓은 음량과 다채로운 음색을 수용한다. 작은 소리부터 오케스트라에 준하는 큰 소리까지 조합해낸다. 플루트·오보에·트럼펫 등의 음색을 소지하며, 낭만시대 심포니 ‘오르간 악파’처럼 한 명의 연주자가 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손건반과 하나의 독립된 발 페달이 있으며, 연주자의 기술과 역량 또한 많이 요구된다. 유능한 연주자는 트리오, 반주와 솔로, 베이스 반주까지 가능한, 일인다역과 같은 악기이다.

장미가 다발져 흐르는 안국동 길 한 모퉁이 도도한 전통의 교회와 이지적 파이프 오르가니스트가 만나 경건하게 영령들에게 올리는 환희의 선율은 미풍의 시원이 되어 ‘바람불어 좋은 오월’이 되었다. 서울 옛 거리에 어울리는 안동교회는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김지연을 초청함으로써 오직 믿음만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의지적 지성을 소지한 예배당이 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는 울림통은 통(通)의 의미 확장과 소통의 장(場)이 되었다.

김지연, 아직 푸른 믿음으로 사숙한 스승들을 흠모하며 오르간을 수련한다. 빛은 노력에 비례한다. 앵콜곡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가인 「인생의 회전목마」였다. 김지연의 안동교회에서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는 소리가 잘 퍼져 울림이 좋았고, 적절한 여운이 감동으로 연결되는 의미 있는 연주의 한 부분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전혜은과의 동행, 그 어울림은 장미수레를 굴리는 낭만 뮤지션들의 진전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