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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산책(3)] 감정이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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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산책(3)] 감정이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음악회 진행 장면에 흐르는 연주곡은 영상과 사운드가 일치하는 ‘동시 음향’이다. 출연진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필요한 시간 층을 넘나들며 서술하는 기술은 마치 푸가나 대위법에서 주성부가 성부를 옮겨 다니는 기법에 비교할 수 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주체는 주인공이 갖추어야 할 의식인데 과거의 일이나 추억을 담아내는 장면에서 자주 나레이션으로 존재한다. 그때, 최소한 두 개의 시간 층인 회상 시간과 과거 어느 시점의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시간과 연속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예술적 행위는 반복과 대조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영화음악에서 엄격한 반복은 음높이, 길이 등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인데, 이러한 반복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이 등장하는 것을 대조라고 한다.

음악은 반복과 대조의 연결로 구성된다. 반복과 대조의 중간 개념은 연속성(Sequence)이다. 시퀀스는 반복과 동시에 대조의 기능도한다. 힌데미쓰(Paul Hindemith)는 ‘음악 현상학적 이해’란 저서에서 연속성을 창작작용(관조)-음악-진리현상(진리)로 구분한다.

음악에서 모든 기법은 반복 또는 연속성이 전제될 때 사용한다. 영화음악의 범주는 ‘표현음악’과 ‘상황음악’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는 감정 표현 장면에 적합한 감성적 음악을 조합하고, 후자는 장면의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그에 부합된 음악을 접속시킨다.

경우에 따라 ‘상황음악’이 표현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않된다. 동시에 ‘표현음악’이 사건의 상황에 적절히 배치될 수도 있는데, 영화는 ‘판별 불가능성’의 원리와 연속성의 원리라는 상반적이고 양립 불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은 시간의 공간적 재현을 가능하게 하고 다중적 프레임들의 유희도 음악의 부드러운 효과 때문에 이미지 공간의 통일성을 준다.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위해 변형된 ‘인상주의적 이미지’이다. 음악은 한 쇼트 내에서 인상주의적 방법을 통해 피사체의 변형을 사용한 것처럼 눈속임의 효과로 쓰였고, 객관적인 현실과 감성이 서로 맞물려 유동적이고 비가시적으로 순간을 처리한다.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영감을 시각적으로 풀이하는 경우와 시각적 경험을 음악의 흐름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감각에서 청각과 시각이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각은 서로 보완적인 기능이며 다른 종류의 감각에 의존되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장에서 동시에 녹음된 소리가 아니라 화면 안에 가시적으로 그림 안에 들어맞는 소리를 들으면 관객은 그 화면에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를 수용하게 된다. 세트장의 문이 닫히는 소리는 실제 건물의 문이 닫히는 소리와 구별된다. 사운드 담당자는 실제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녹음하며 그 소리를 영상과 정확하게 일치시켜 더빙함으로써 관객이 현실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력한다.

미니어쳐 촬영이나 컴퓨터 그래픽 영상에서 ‘효과음의 실용도’는 높다.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에서 사운드는 현실적 체험을 유도한다. 자주 사용한 음향 효과는 자연의 소리를 이용한 것인데, 카메라가 담아내는 일상의 사실적 체험을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관객의 감정이입과 교류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감독 스타일은 가톨릭적 죄의식의 전이와 구원을 중심으로 한 작풍이 강한데 사실적이고 건조한 연출과 카메라의 즉각적인 기록성을 추구하고 음악도 배격하지만, 브레송이 추구한 음악이라도 정서와 느낌이 강하다.


정순영(음악평론가,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