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연대기(37)] 최교익(연출가)·장혜주(안무가)의 종합퍼포먼스 창극 '더판'

7월 13일 오후 2시, 7시, 14일 오후 2시, 영주문화예술회관 까치홀에서 영주시 주최, 컴퍼니독무(예술감독·작창 박애리) 주관, 컴퍼니독무·링카트 공동 제작, 최교익 작·연출, 총안무 장혜주의 종합퍼포먼스 창극 '더 판: 상여소리와 난장판의 경계에서'(100분, 이하 '더 판')가 총 3회에 걸쳐 공연되었다. '더 판'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배합해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입장권이 동이 나서 돌아가야 하는 즐거운 비명이 있었다. 예술가는 늘 자기 작품을 두고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작품은 '심청전'의 기본 골격을 가져와 아버지에 관한 공양미 300석과 어머니에 관한 따스하고 포근한 ‘엄마의 향기’로 효심을 부각한다.



현대무용•태권도•마술•난타 화려한 종합퍼포먼스 창극
'더 판'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주 버전은 영주골 최고의 퍼포먼스 팀을 가리기 위한 오디션이 개최된다. 병풍처럼 여러 장르에 걸쳐 심사가 이루어진다. 현대무용, 태권도, 난타, 그리고 매직 쇼까지 재능 있는 인재들의 불꽃 튀는 경쟁 속에 무대는 한껏 달아오른다. 케이팝에 모던댄스 커플, 태권도 퍼포먼스(품새와 격파에 이르는 7인 시범), 마술 쇼(3인), 난타(5인), 풍물(3인)이 열정의 순서를 이어간다. 이어 최고의 심청이를 가리는 오디션에 참가한 형주(백나현), 그녀는 주인공 심청이가 되는 것과 엄마를 다시 만나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 시간이 흘러 엄마의 사십구재(齋) 날, 형주는 간절한 기도를 통해 어머니를 만나는 기적을 맛보게 된다.



'더 판'은 관객 친화형 놀이판임을 잊지 않는다. 슬픔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씻김’의 참뜻을 이해하고자 한다. 여러 장르를 섞어 만들어진 작품은 비빔밥의 이치를 닮았다. 나열은 선택의 범위를 확장하고, 의도적 주제의 통일이나 의도적 오류를 꾀하지 않는다. 문화의 시대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적 행위는 문화적 인물, 작품의 배경, 창작 장소 등이 1차 대상이 될 것이다. 창작 오페라 '선비'를 탄생시킨 영주는 '더 판'을 수용할 만하며, 제작팀의 노력에 존중의 마음을 갖는다. 선비 문화가 압도적인 이곳에 '더 판'이 영주 예술을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 작업에 일조했음은 바람직하다. ‘선비’는 훌륭한 문화자산이다.
현실 기반 과거•미래 혼재 관객 흥미 유발•참여 유도
공연을 보기 위해 인접 고장인 예천·안동의 관객들이 유입된다. 영주가 선도적인 문화육성책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음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더 판'은 영주·예천·안동이 서로 경쟁하며 문화의 판을 키우게 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최교익 연출가의 '더 판: 상여소리와 난장판의 경계에서'는 국립극장 대관 공모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영주 지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출발한 공연은 11월에 서울 국립극장에서 본격적 규모의 작품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예술감독, 연출과 안무의 새로운 활약과 분주한 모습이 상상된다. 동적인 패턴으로 꾸준히 자극하며 성장해 가는 '더 판'은 순회공연의 리듬을 타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릴 것이다.


박애리(예술감독·작창)가 '더 판'에서 이쁜이 역을 맡아 분위기를 압도한다. KBS연예대상 리얼리티 최우수상, 제46회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부 대상, KBS 국악대상 대상, 제37회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 제8회 남도민요 경창대회 명창부 대상 대통령상으로 실력을 증명한다. 분위기에 열기를 가한 또 한 명의 국악인은 점쟁이 역의 남상일이다. 그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전통예술 부문, KBS 국악대상 판소리상, 제39회 한국방송대상 문화예술인상,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국악상을 수상한 음악인이다. 영주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그들을 환영했고, 그들은 세련된 무대 몸가짐과 역에 적합한 최상의 가창력을 발휘했다.
최교익(신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 연출가는 영주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마음을 담아 제작에 참여했다. 지자체와 예술가들의 열정이 하나 된 '더 판'을 관객들이 누리기를 기원한다. 그에게 영주 지역은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늘 매력적인 도전의 장소가 되었다. 오페라 '선비'가 그랬듯 서울에서 영주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관객들은 물론 서울 사람들에게 문화가 풍성한 지역, 작지만 강력한 도시, 누구나 여행을 꿈꾸는 도시로 영주를 알리는 데 탁월한 선택이다. 그는 K-Wave Golden Award 특별상, 심사위원 특별예술가상, 창작연희 대본 공모 우수상, CJ영페스티벌 연극 부문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한 연출가다.


장혜주(링카트(LINKART) 대표, 예술학박사) 안무가에게 '더 판'은 세 계절을 스치면서 담금질된 작품이었다. 작품과 역할에 밀착되는 안무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형주 모녀의 애달픈 사연을 축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이 전개된다. 다양한 분위기를 조율해 내며,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시각화하기 위한 서사적 몸짓으로 극적 전개를 구사한다. 현대무용과 어울린 갈래 예술이 어우러진 ‘판’은 시제를 떠난 미지로의 유쾌한 여행을 만들었다. 안무는 작품의 유연함과 수맥을 뚫는 역할을 했다. 그녀는 심사위원 특별예술가상, 2020 댄스비전 안무가상, '소원'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 '정류장: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외 다수 안무작이 있다.
미지의 세계로 유쾌한 여행, 예술성•상업성 절묘한 배합
최교익 연출과 장혜주 안무가 희애락을 주조한 작품은 창사(唱辭)의 의미를 알아가노라면, 애절한 효심이 더욱 교훈적이다. '더 판'은 사회자 역의 봉다룬(두원공대 연기과 교수), 엄마 역의 박은영(제32회 전국연극제 경기도 최우수연기상), 형주 역의 백나현(국립극장, 국립민속국악원 작품 등 출연), 단장 역의 이시웅(국립창극단 창악부 부수석), 점쟁이 역의 전태원(제2회 대한민국창극제 남자연기상) 및 박현재, 김태근, 최유리, 심솔, 최혜정, 송승우, 박세빈, 조은수, 유시현, 박이건, 이동현, 조정현, 정도윤, 문준영, 강민재, 심창선, 최지아가 열연했다. 어려운 시절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의기투합하는 일은 적극 권장할 일이다. '더 판'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