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지방 의료법인 ‘감사비 폭탄’에 신음···제도 취지는 어디로?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지방 의료법인 ‘감사비 폭탄’에 신음···제도 취지는 어디로?

국세청의 지방 의료법인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당초 좋은 취지에서 벗어나 불합리하고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AI(Canva)가 만든 이미지. 자료=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국세청의 지방 의료법인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당초 좋은 취지에서 벗어나 불합리하고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AI(Canva)가 만든 이미지. 자료=글로벌이코노믹DB
공익법인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세청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지방 의료법인들에 되레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 의료법인들은 지정 감사 수수료가 기존 대비 수배까지 뛰면서 “감사 투명성이 아니라 감사비 폭탄을 맞았다”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5일 부산의 한 의료재단 관계자는 “연매출 2000억 원 규모 병원의 경우 지난해까지 외부감사 비용이 약 900만 원 수준이었지만, 국세청이 지정한 서울 대형 회계법인은 4000만~5000만 원을 요구했다”라며 “거부할 경우 재지정 및 가산세가 부과돼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중앙 집중 지정, 교통비·출장비까지 비용 가중


현행 제도는 공익법인이 4년간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임한 뒤, 이후 2년간 국세청이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취지 자체는 감사 독립성 확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서울 소재 대형 회계법인이 주로 지정되면서, 기존 지역 회계법인과 협업해온 지방 의료법인들이 예기치 못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지정 감사가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교통비, 출장비, 인건비 등이 추가돼 감사비가 3~5배 이상 상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지방 의료법인 관계자는 “현장 이해도가 중요한데 문서 중심 감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며 “서울 대형 병원도 외부 감사비가 2000만 원대인데 지방 중형 병원에 4000만~5000만 원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정 감사인을 변경하면 ‘출연재산 및 수입금 합계액의 1만분의 7’에 달하는 가산세가 부과돼 사실상 비용 인상에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전문가 “수수료 상한·지역 안배 필요”


회계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역 안배와 비용 구조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한 회계학자는 “투명성 강화는 중요하지만 특정 대형 회계법인으로 쏠림이 나타나면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라며 “지역 단위 감사인 풀 확대와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익법인의 규모를 고려한 차등 기준 마련도 요구된다. 서울 대형병원 기준의 일괄 요율이 지방 법인에 대한 ‘사실상의 벌금’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감사 독립성만큼 피감기관의 현실 부담을 반영해야 제도가 실효성을 가진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