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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트럼프 관세로 美 물가 5%포인트 급등...가계당 262만원 손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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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트럼프 관세로 美 물가 5%포인트 급등...가계당 262만원 손실 전망

대법원 11월 판결 앞두고 혼란 가중...중국 47%·인도 50% 관세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잇따른 변경과 법적 도전 속에 소비자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6(현지시간) 트럼프가 지난 15일 많은 식품과 농산물 관세를 중단했으나,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전체 관세 체계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별 관세율 천차만별...캐나다 0.01%35% 급등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거의 모든 국가 수입품에 매겨진 관세다. 브라질산 제품에 50%, 영국산 제품에 10% 등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관세는 수입품이 국경을 넘을 때 미국 기업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다.

미국 상위 15개 교역국에 대한 관세율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2024년 추정 유효 관세율과 비교해 새로운 관세율은 대부분 국가에서 급격히 상승한다. 캐나다는 0.01%에서 35%3,500배 폭등했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트럼프 관세를 비판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발언이 담긴 TV 광고를 내보낸 뒤 협상이 중단된 여파다.

중국은 현재 20%에서 47%로 인상될 예정이다. 양국은 현재 무역 휴전 협상 중이다. 인도는 2.4%에서 50%로 치솟아 15개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새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인도는 지난 731일과 86일 트럼프의 행정명령 표적이 됐다.

스위스도 0.6%에서 39%로 급등하며 협상이 진행 중이다. 멕시코는 0.25%에서 25%로 올라 높은 관세율 유예 기간 연장을 협상하고 있다. 대만은 0.9%에서 20%로 상승했으며 최근 행정명령 대상이 됐다.

반면 예비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독일(1.4%15%), 일본(1.5%15%), 네덜란드(0.7%15%), 프랑스(1.2%15%), 이탈리아(2.2%15%)는 모두 15%로 통일됐다. 한국도 0.2%에서 15%로 올랐다. 베트남은 3.8%에서 20%로 인상됐다.

영국은 0.97%에서 10%로 올라 새 관세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아일랜드는 0.1%에서 15%로 상승하며 예비 협상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완제품뿐 아니라 제조업 핵심 소재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철강·알루미늄·구리에 50%, 자동차에 25%(일부 품목 제외), 목재에 10%, 가구와 화장대에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가계당 연평균 262만 원 추가 부담 전망


관세가 물가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다. 우파 성향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가격연구소(Pricing Lab)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세 때문에 소매가격이 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비용이 수출업체·수입업체·소비자 사이에 분담된다고 보지만,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상당 부분 부담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조세재단의 알렉스 두란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이런 비용을 영구히 흡수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이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는 올해 10월 말 분석에서 관세로 미국 가계가 평균 1,800달러(262만 원)의 소득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 입소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1년 전과 비교해 식료품과 공과금 지출이 늘었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지난 15일 행정명령으로 토마토·과일주스·바나나 등 다양한 농산물이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식료품 가격은 다소 안정될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이 관세 운명 가를 듯


트럼프의 관세 정책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연방대법원에서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다. 대법원은 11월 초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소규모 사업체들이 제기한 이 소송은 강력한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소송 측은 트럼프가 인용한 긴급 법률에 따라 '해방의 날'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소송 대리인인 닐 카티얄 변호사는 구두변론에서 "의회가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비상사태 법률들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그 어떤 법도 대통령에게 과세권이나 관세 부과권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과된 관세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거의 모든 국가에 부과한 광범위한 국가별 관세가 포함된다. 이 법은 관세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며, 과거 대통령들도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다.

법무부는 트럼프가 선포한 무역적자에 따른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며, 이는 대통령 권한 범위 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법원 심리 다음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관세는 우리나라의 방어 메커니즘이자 국가안보를 위해 매우 많은 것들이 관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하면 정부는 수백억 달러를 환급해야 할 수 있다. 하급법원들은 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모두 위법으로 판단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는 다른 법적 근거로 부과돼 이번 법원 소송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

중국·캐나다 협상 난항...EU·영국은 합의


백악관은 수십 개국과 예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관세 인하 대가로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유럽연합(EU)은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며, 영국은 협상 결과 관세율이 10%로 설정됐다.

한데 미국의 최대 교역국 두 곳인 중국과 캐나다와는 협상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다시 한번 전자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필수 희토류 광물 확보 관련 미국 측 우려를 완화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1년간만 유효하며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트럼프는 10월 캐나다 협상을 중단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협상은 재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여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관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간 항공기·풍력 터빈·일부 의료 장비·로봇 산업이 조사 대상이다. 이들 관세는 대법원 소송 대상이 아닌 오래된 법률을 근거로 부과될 예정이다.

환급 절차 복잡해 '엉망' 우려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 대부분을 무효화하더라도 개별 소비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개별 환급을 제공하는 방안을 언급했으나, 이 계획은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있으며 비용도 많이 든다.

기업들의 환급 여부는 더 복잡하다. 국경에서 납부한 관세액에 이의를 제기하면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듀크대 로스쿨의 티모시 마이어 국제통상법 교수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입 정보를 조정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0개월이며, 수수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추가로 6개월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는 자동으로 환급하지 않는 한 수백 건 또는 수천 건의 환급 청구를 받게 될 수 있다. 의회도 이 절차를 관리하기 위한 입법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마이어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이는 수천 개는 아니더라도 수백 개 수입업체로부터 나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청구를 처리하는 가장 깔끔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카티얄 변호사는 관세에 이의를 제기한 5개 소규모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환급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그것은 부분적으로 법원과 판결 내용에 달려있다.

정부가 환급을 실시한다면 기업들이 돈을 돌려받기까지 긴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구두변론에서 카티얼에게 "엉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티얼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답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