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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천시, 전세사기 피해자 끝까지 구제한다...'복지행정'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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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천시, 전세사기 피해자 끝까지 구제한다...'복지행정' 잰걸음

시, '사각지대 제로' 도전···빌라왕 유산이 남긴 절망
"유정복호 시정 ‘1대1 구제 행정’으로 고리 끊을 것"
인천광역시청 청사=사진 인천시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광역시청 청사=사진 인천시
전세보증금을 날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속앓이하다 극단적인 선택과 다수 피해자 구제는 늘 찜찜한 아픔으로 자리를 잡았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국민 정서는 이들에게 고통을 준 전세사기 범죄자 빌라왕 등은 중형을 받고 복역하고 있어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인천시가 피해 구제에 한명도 소외 받지 않도록 소매를 걷고 나섰지만 돌아보면 “집주인 연락이 안 돼요.” 이 한마디는 지난 3년간 전국 수천 명의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겪은 절망의 시작이었다. 2022년 서울과 인천을 뒤흔든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사기의 민낯으로 지목되면서 전세보증금이 한순간 공중분해된 사건, 법적 대응은 복잡했고, 행정은 뒤늦게 달려왔다. 특히 인천은 피해가 집중된 지역으로 남동구·부평구·미추홀구 일대 빌라는 허술한 등기·중개 시스템을 악용한 사기의 온상이었다.

이로인해 많은 세입자가 “정부가 나를 버렸다”고 호소한 시간은 그로부터 2년, 전세사기 피해자 중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 1,355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상담이 시작됐다. 11월 10일부터 12월 19일까지 6주간, 주거·법률·금융을 아우르는 전화 기반 1:1 맞춤 상담을 진행한다.
인천시, 이번 조치는 피해자 결정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미신청자 상당수가 지원 사실을 모르거나 서류 준비 등 현실적 사정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상담 대상은 시 지원사업과 긴급복지 등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지원 공백층’ 1,139명이다.

LH 주거지원 등 타 기관 지원은 받았으나 시 지원을 받지 못한 176명은 상담 기간 중 새롭게 피해 결정이 내려질 40명이다.

이와관련, 필요 시 유관기관과 즉시 연계해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상담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향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정책 설계에 반영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인천시의 이번 행정 행보에 시민 응원은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한지영 인천시 주택정책과장은 “이번 상담은 제도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닿게 하는 마지막 퍼즐”이라며 “단 한 명의 피해자도 행정 사각지대에 남기지 않겠다”며 “사기를 당한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은 수도권 내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인천의 전세사기 피해 확정 건수는 2,300건을 넘어섰다. 특히 미추홀구는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후 가장 많은 피해 신고가 접수된 지역이었다.
그 배경에는 ‘갭투자형 빌라 거래 구조’가 있다. 저가 신축 빌라를 매입해 전세보증금을 높게 설정한 뒤 대출과 보증금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집을 잃은 뒤에도 “신용불량자로 전락, 법원 경매 절차 미숙, LH·지자체 간 중복 행정” 등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었다.

유정복 시장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생활형 복지정책을 연이어 내놨다. ‘천원주택’, ‘아이플러스(i+) 드림’, ‘바다패스’ 등 시민 체감형 복지행정으로 주목받은 데 이어, 이번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행정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행정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제도가 있는데도 몰라서, 혹은 힘들어서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시가 먼저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상담을 계기로, 피해자 개개인의 생활 여건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주거재정착 지원금, 긴급생활비, 법률상담, 신용회복 연계 등 패키지형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당부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사기 범죄자 빌라왕은 언론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 계약서의 잉크는 말랐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피해자가 스스로 찾아와 지원받는 행정’이 아니라, 이제 ‘행정이 먼저 찾아가는 구제 시스템’이 만들어져 다행이다.

인천시 이번 시도는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행정의 태도를 바꾸는 체계적 실험이 됐다. 피해자 1,355명 중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시도는 현재 시가 말하는 ‘지원 사각지대 제로화’의 진짜 의미로서 지원 판단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