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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트럼프 시대,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실용과 원칙’ 스마트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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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트럼프 시대,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실용과 원칙’ 스마트 생존 전략

2026년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 정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만 헤쳐 나가기에는 상황이 복잡하고 엄중하다. 사진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 정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만 헤쳐 나가기에는 상황이 복잡하고 엄중하다. 사진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금은 전간기(戰間期)인가? 다중(多重) 전쟁의 시대: 3개의 전쟁


현재 국제 정세는 유례없는 격동과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돈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으로 간신히 긴급 휴전에 합의했지만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같은 시기에 세 전쟁을 경험했다. 세 전쟁 모두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한 발 뺀 가운데 시작됨으로써 불완전한 국제 정세의 혼란이 가중됐다.

트럼프의 ‘이기적 고립주의(egoistic isolation)’ 기조에 따른 불개입 노선까지 더해져 국제사회는 푸틴·네타냐후 등 스트롱 맨들이 벌이는 다중(多重) 전쟁이 낯설지 않은 시대를 맞이했다. 이스라엘-이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 반대편 분쟁이라고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수 없다. 공급망이 밀접하게 연계된 글로벌 분업시대에 일방의 충격은 ‘나비효과’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다.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함께 물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는 한편 안보적 측면에서도 연쇄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미국은 일단 이란-이스라엘 휴전을 유도했지만 방위비 인상과 무기 제공 등 동맹국들의 부담을 강하게 요구했다. 2026년 한국에 다가올 경제와 안보의 파장이다. 나토와 미국 간에 주고받기(give and take)가 명확해졌다. 미국이 세계 질서의 경찰 역할을 내려놓고 있는 지금, 더 불안해진 국제 정세는 대한민국에 불확실성을 가져다준다.

강대국 중심의 19세기 외교의 귀환: 위선과 야만의 시대


2026년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 정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만 헤쳐 나가기에는 상황이 복잡하고 엄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MAGA)주의를 앞세워 상호관세와 보호무역주의로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스트롱 맨들은 노골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했다. 마치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의 전간기(戰間期)를 연상시키는 국제적 변수들이 일시에 부상했다. 지난해 4월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금 우리는 전쟁과 전쟁 사이의 기간인 전간기(interwar years)에 있다며 전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제정치에서 국제규범을 강조하는 ‘화려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강대국이 자기 이익만 챙기는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도 ‘깊은 동맹(deep alliance)’의 시대는 가고 ‘거래 동맹(easy alliance)’의 시대가 왔다. 영국의 정치학자 카(E. H. Carr)는 1939년에 출간된 명저 '20년간의 위기: Twenty Years' Crisis: 1919–1939: An Introduction to Study of International Relations'에서 이상주의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실제로 국제정치를 더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1, 2차 대전의 원인이 되었다고 피력했다. 그의 지적은 85년이 지난 작금의 위기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시각을 제공한다. 최근 권위주의 국가들의 무력 사용에 대해 자유진영에서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격동의 한미동맹, 역할과 기능 변화를 모색하며


세상에 영원하고 불변한 것이 없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정치 대전환 기조에서 혈맹이라던 한미동맹 역시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지난 72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버팀목이었던 한미동맹은 세월의 변화 속에서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동맹을 갈취 대상으로 평가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한반도에 몰아닥칠 두 개의 폭풍은 보호무역주의 관세 부과와 방위비 인상과 연계된 주한미군 철수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맞물린 복병은 방위비 인상이다. 2024년 가을 한·미 간에 합의된 현행 10억 달러는 100억 달러 규모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사문화될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방위비 인상의 대가로 언급한 전작권 전환이 작금의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신중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엄청난 비용 부담 증가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첨단 장비의 운용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미군이 담당했던 감시 기능은 고스란히 우리 부담이 된다. 전작권을 운용하는 당사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다양하다. 북한을 24시간 들여다보는 정지궤도 인공위성 비용, 통신 감청 비용, 기타 군사 동향 및 전략자산 운용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일부 추계로는 21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군사주권이라는 감정적 표현이 사용되지만 실제 군사적으로 복잡한 전문적 사안이다. 2006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역대 정부에서 독자적인 작전 수행 요건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뤄져 왔다. 미국에서 제기하지 않는 사안을 “자주국방”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미국보다 먼저 문제를 끄집어내서 국익을 저해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새 정부의 실용 외교의 방향과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로 명명한 한반도 평화 비전을 공개했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접근법인 'END 이니셔티브'를 처음 선보였다.

새 정부는 대중국·대미 전략은 한미동맹파 외교관들에게, 반면 대북한 정책은 자주파에게 각각 맡기면서 취임 첫 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단시켰다. 김정은은 2022년 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상정한 뒤 대남 차단 및 봉쇄에 주력하는 만큼 단기에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격동의 국제정치 흐름 속에서 한반도 내부 남북 관계에만 정책을 집중하기보다는 글로벌 시각 속에서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이미지 확대보기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특임교수, 서울시미래인재재단 이사장, (전)민주평통 사무처장(차관), (전)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 주립대 응용경제학 박사, 저서는 '김정은의 핵과 경제'